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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프로이트와 담배

입력
2003.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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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그랭베르 지음· 김용기 옮김 뿌리와 이파리 발행·1만 3,000원담배가 무엇이든 빨고 싶은 구강기의 억압된 욕구를 만족시키는 대체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정도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래서 담배는 때로 '어른을 위한 젖꼭지'나 '사회적으로 공개된 움켜쥔 어머니의 유방'이라고도 불린다.

담배를 이런 시각으로 분석하게 된 것은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 때문이다. 그러나 24세에 시작해 60년간 담배를 피운 골초 프로이트의 저작에서 담배를 주제로 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프랑스 정신분석가인 필립 그랭베르의 '프로이트와 담배'는 담배가 프로이트의 인생과 정신분석에 미친 영향을 서간 연구를 토대로 단막극, 수필, 대화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술한 지적이고 쾌활한 분석서이다.

한 때 모르핀에 중독됐던 프로이트는 욕구나 욕망을 사라지게 하는 모르핀보다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담배가 더 좋다고 표현했다. 담배를 '연구의 자양분(Arbeitsmittel)'이라 부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평생지기인 의사 빌헬름 플리스와 1893년부터 3년간 주고 받은 편지에서 담배에 대한 애증을 끊임없이 하소연했다. 저자는 그러나 이 과정에서 프로이트가 '자기분석' '저항' '금욕' 등 심리분석의 중요한 개념을 모두 끌어냈다고 지적한다.

담배는 프로이트에게 자아의 위로물인 동시에 연구 대상인 진정한 '타자'가 됐다. 프로이트는 1900년 출간된 '꿈의 해석'을 통해 억압된 욕망이 만든 잠재의식이란 거대한 대륙을 발견하는데 그 출발은 끊임없이 담배에 매혹, 배반, 희롱 당해 온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었다. 원제는 '프로이트 없이 담배연기도 없다'로 1999년 출간됐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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