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건설교통부가 현행 아파트 공급체계인 '선분양-후시공'을 정면으로 뒤집는 '선시공-후분양' 제도 검토에 나선 것은 부동산 투기를 사전에 차단,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후분양 정책이 현행 가격규제 위주의 부동산 안정대책보다 훨씬 더 파급력이 크다는 점에서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부동산 가격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재무구조가 열악한 건설사의 부도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실제 제도 도입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검토배경
후분양제는 건설사가 아파트를 완공한 후 분양을 하는 제도로 학계와 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건설사가 금융기관 융자나 자체 자금으로 아파트를 완공한 다음, 수요자들에게 아파트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계약금·중도금 개념이 사라진다.
인수위가 후분양제 검토에 나선 것은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가격규제보다는 현행 선분양제를 전환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후분양제는 또 시공중 분양사의 부도로 분양권을 산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를 막을 수 있고 견본주택과 완공 후 실제주택의 차이로 인한 건설사와 수요자간 분쟁소지도 없앨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삼성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선분양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로, 만들어지지도 않은 물건을 미리 판매한다는 차원에서 현물시장 원리상 맞지 않는다"며 "현행 선분양제도에서는 건설사들이 미래 가격위험을 분양가에 반영시킬 수밖에 없고, 투기붐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가격 급등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점을 감안, 분배 형평성 제고를 위해서도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인수위원들 사이에 작용했다.
도입까지 시간 걸릴 듯
그러나 제도 도입까지는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건설업계는 후분양제가 실시될 경우 대부분 건설사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기상조론을 제기하고 있다. 토지가격이 급등할 경우 땅값 마련도 쉽지 않고, 재무구조가 열악한 건설사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융자받기도 쉽지 않다. 또 현재 선분양제를 전제로 한 500만명의 청약예금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후분양제가 주택건설업계를 위축시켜 주택공급이 크게 줄어든다면 오히려 분양가 상승 등 주택가격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을 위한 금융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분양가가 올라갈 수 있다"며 "후분양제가 실시되면 투기수요는 감소할 수 있지만, 건설사들이 재무위기에 몰려 주택공급이 크게 줄어들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제의 경우 건설업체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이런 자금동원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춘 건설업체가 얼마나 될 지 의문"이라며 "후분양제에서는 미분양이 생길 경우 건설업체가 전부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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