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훈 글·권신아 그림 문학동네어린이 발행·7,500원포케몬'등 일본 만화영화가 판치던 초저녁 어린이 TV 방송 프로그램에 최근 작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있다. SBS가 수·목 오후 6시10분에 내보내고 있는 국내 창작애니메이션 '그리스 로마 신화 올림포스를 가다'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이다. 2001년 말 출간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나출판사 발행)를 토대로 한 이 만화영화는 그리 세련되지 못한 그림에도 불구하고, 만화책을 본 어린이들의 '복습 욕구'와 신화가 주는 풍부한 상상력이 상승 작용을 해 호응을 얻고 있다.
사실 최근 수 삼년 동안 국내 독자들을 가장 강력하게 휘어 잡은 출판 주제 가운데 하나는 '신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으로 이윤기라는 서양 신화 '전도사'의 열정에 힘입어 다종다양한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이 불티 나게 팔려나갔고, 그 열기는 이제 어린이 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열려라, 하늘 땅' 등 최근 몇몇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이같은 어린이용 신화 출판의 영역이 동양 신화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반고, 여와, 고비, 뇌공, 복희 남매 등이 등장하는 '열려라, 하늘 땅'은 중국 신화를 시인이며 수필가인 원재훈씨가 쉬운 글로 재구성하고,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씨가 화려한 그림을 붙여 만든 '어린이 동양신화'(사실상 중국 신화) 연작의 첫 권이다.
어둠뿐이었던 달걀 같은 세상을 깨뜨리고 나온 반고는 빛을 만들었고, 그의 눈은 해와 달이 되었다. 피는 강이 되었고 살은 비옥한 밭이 되었으며 마지막 숨결은 바람과 구름이 되었다고 한다. 뱀의 하체를 가진 여신 여와는 진흙으로 사람을 만들고 괴물이 무너뜨린 하늘을 거북의 네 다리로 받쳐주었다. 그때 생긴 상처는 저녁 붉은 노을로 나타난다.
대홍수가 세상을 휩쓸고 사람들이 모두 멸망했을 때, 조롱박 배에 숨어 목숨을 구한 오누이 복희 남매는 결혼하여 지금의 사람들을 낳았다. 불이 없던 시절, 세상을 여행하던 수인은 수명국이라는 나라에서 빛이 나는 신비한 나무를 발견하고 그 나뭇가지를 비벼 불꽃을 일으켰다. 그것이 사람이 만들어낸 최초의 불이다.
책의 구성은 신화의 인물을 하나씩 소개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내용은 '하늘과 땅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사람은 언제 처음 태어났을까' '해와 달은 왜 생긴 걸까' '불은 누가 발견했을까' 등을 스스로 묻도록 유도하고, 그에 대한 중국 신화 방식의 답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일반 동화책 판형이라서 그림이 주는 웅혼한 맛은 덜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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