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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수소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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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수소혁명

입력
2003.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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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 지음 민음사 발행· 1만4,000원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군 진영에서 기구(氣球)를 타고 탈출한 북부 사람 5명이 외딴 섬에 착륙, 북군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화제는 아메리카 대륙에 석탄이 고갈될 경우의 에너지 문제였다.

한 사람이 물었다. "석탄 대신 무얼 때지?" 기술자 하딩의 대답은 이랬다. "물이지 뭐.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물은 언젠가 연료가 될 거야. 수소와 산소를 따로 쓰든 함께 쓰든 석탄보다 강력하고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원이 될 게야." 공상과학 소설가 쥘 베른이 1874년에 발표한 '신비의 섬'의 한 대목이다.

'수소혁명'은 문명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물에서 추출한 수소에서 얻는 날이 올 것이라고 한 베른의 예언이 머지 않아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무한하게 널려 있어 영원히 마르지 않는 자원인 수소가 바로 화석연료의 가장 유력한 대체 에너지라는 것.

저자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에서처럼 우선 20세기의 산업 발전을 이끈 석유의 종말을 예고하고 수소에너지에 바탕한 세계 경제의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그는 석유 생산이 현재 절정에 이르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석유가 조만간 고갈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석유 생산이 1965∼70년에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던 '허버트의 종형(鐘形) 곡선' 이론이 이미 50년대에 발표됐고 실제로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70년 절정을 이룬 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세계 석유 매장량의 26%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은 여전히 검은 황금을 풍부하게 쏟아내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다.

책은 석유의 고갈이 현대 문명의 종말을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로마 제국의 멸망은 지배층의 타락이나 이민족 침략 등 겉으로 드러난 요인보다는 제국의 토양이 황폐화, 농업 생산이 줄어 들고 이탈리아와 지중해의 산이 벌거숭이로 변하는 등 에너지 고갈이 기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문명의 흥망성쇠 뒤에는 에너지 문제가 놓여 있다는 주장이다.

수소시대의 개막을 위해서는 싸게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 공정의 개발이 급선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수소의 절반 가량이 천연가스로부터 추출되는데 천연가스 부존량도 충분하지 않으므로 새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수소가 석유를 대체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터넷 통신망처럼 모든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민주적 에너지 체계를 가져올 수 있다는 과감한 전망을 곁들이고 있다. 소형발전기를 통해 각 가정에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소수 거대 기업이 독점하는 석탄, 석유와 달리 에너지 공급 체계가 민주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책은 수소 에너지 시대의 출현을 정면으로 거론하기보다 석유 시대의 종말을 그리는데 우선 무게를 두고 있다. 저자의 종말시리즈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자료를 많이 나열한 게 장점이긴 하지만 더러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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