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이래 최대 규모로 이뤄진 올해 삼성그룹 임원 인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답게 각종 화제거리를 쏟아냈다. 물론 인사의 가장 큰 원칙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실적 보상과 '능력이 있으면 기회를 주겠다'는 기회 제공이었다.새로 임명된 여성 임원 3명 가운데 한명인 이정민(35·여)씨는 실력만 있으면 나이도, 성별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삼성 인사의 대표적인 케이스. 1988년 배화여대 의상학교를 졸업하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명품 브랜드 루이자데카리아의 수석디자이너를 지낸 이씨는 4월 설립될 제일모직 이탈리아 현지 디자인센터의 책임자(상무보)로 발탁됐다. 삼성 관계자는 "유행에 민감한 패션기업 특성상 젊고 실력 있는 인재를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의 효자기업인 삼성전자 기술인력 4명은 2년 연속 승진으로 보답을 받았다. 특히 국내 최경량 PCS 휴대폰 등을 개발, 지난해 승진했던 최도환 상무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 내장형 휴대폰을 개발해 카메라 폰 시장을 개척한 공로로 1년만에 다시 전무로 올라갔다. 또 삼성전자 미 현지법인 휴대폰 판매책임자인 피터 스카르진스키가 상무보로 발탁돼 유일한 외국인 승진자가 됐다.
관심을 집중시켰던 이재용(35) 상무보의 인사는 '보'자 꼬리표를 떼는데 만족해야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무보에서 상무가 되는데 걸리는 기간이 보통 2∼3년 임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인사"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재벌개혁을 강조하는 새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당분간 경영수업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또 이 회장의 차녀 서현(30)씨의 남편 김재열(35) 제일기획 상무보는 제일모직으로 자리를 옮겨 부부가 한 회사에 근무하게 됐다. 삼성측은 "제일모직이 삼성의 인재를 양성하는 사관학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김 상무보의 역량을 키운다는 차원에서 제일모직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또 이 회장 부인 홍라희씨 동생 라영씨가 2년만에 삼성문화재단 상무로 승진, 눈길을 끌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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