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엔이 바뀌었다."세계 금융계는 최근 일본 재무성의 재무관이 3년반 만에 교체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일본 통화정책의 변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차관급이지만, 일본의 통화정책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교체 사실이 세계 금융계의 뉴스가 됐다. 특히 이라크 사태 등으로 달러 약세가 진행되고 있는 등 세계 금융계의 불투명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본이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14일 취임한 미조구치 젠베(溝口善兵衛·사진) 전 재무성 국제국장. 3년 반으로 역대 최장수 재무관을 기록한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씨의 뒤를 이었다. 그러나 젠베 신임 재무관은 "일본 경제의 당면과제인 엔고 저지와 디플레이션을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급격한 정책 변화를 택하기 보다는 전임자의 정책방향을 계승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일본에서 재무관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의 급격한 등락을 저지하기 위한 시장개입의 권리가 주어진 직책이다. 사무차관과 동격으로 국제담당 차관이라고 할 수 있다. 재무관의 말 한마디는 정부의 외환정책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1997∼1999년) 전 재무관은 경기 부양을 위해 철저한 엔저정책을 지향하며 대규모 시장개입을 반복하는 등 국제시장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해 '미스터 엔'이라는 별명이 붙기 시작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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