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용택(55·사진)씨가 영화 에세이 '촌놈, 김용택 극장에 가다 2'(이룸 발행)를 냈다. 아내의 손을 끌고 낮에 '블랙 호크 다운'을 보고는 기분이 나빠져서 저녁 늦게는 '나쁜 남자'를 보러 간다. '섬진강 시인'은 지독한 영화광이다.그의 영화 글은 읽기 쉽다. 영화 감상을 쓰다가 생각 나는 어렸을 적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함께 적는다. 영화에 섞여든 '촌스러운' 일상은 소박하고 편안하다. 김씨는 또 솔직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도 자신이 보기에 별로인 작품은 또박또박 "재미 없다"고 쓴다.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을 보고선 "화려한 칭찬에 감히 반론을 달지 못하는 영화 비평가들이 의심스러웠다"고 말한다. '챔피언'은 "착한 사람들이 착하디착하게 나오는 영화"라면서 "너무 밋밋하다 못해 심심하다"고 쿡 찌른다. 좋아하는 배우 전도연 때문에 '피도 눈물도 없이'를 봤는데, "껌을 짝짝 씹어대는 연기는 영 아니다"라면서 손을 내젓는다.
동료 문인 출신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나 시인 유하가 감독한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대한 감상도 흥미롭다.
그런가 하면 감동 받은 영화는 다른 글의 두 배 길이로 이런저런 얘기를 풀어놓는다. '집으로…'가 하도 좋아서 어머니께 보기를 권했더니 일제시대 이후론 영화 본 적이 없다는 어머니가 "어쩌면 그렇게 영화를 잘 만들었다냐"면서 감탄하셨단다.
'파이란'의 삼류 깡패 최민식을 아낌없이 칭찬하다가 '깡패'라는 아이콘으로 일그러진 사회상을 해석하기도 한다. "어두운 곳에서만 가능한 삶이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세상에 드러난다는 것은 사회의 부정부패와 맞물려있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깡패짓과 다를 게 뭐 있냐는 대중의 불만, 한편으로는 은근한 지지가 깡패영화를 아름답게 가꾸어준 것 아닌가"라고 그는 비판한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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