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큰 남자는 싫어!"'크기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섹스를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삼아온 남성들을 향해 여성들이 '이제 그만'을 외치고 나섰다.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남성의' 포르노 문화에 젖어 여성이 무조건 센 것만 원한다고 생각한다면 잠시 눈을 돌려 "우리는 우리 식대로 밝힌다"고 외치는 여성들의 '이유 있는' 반란에 동참해보자.
■여성에게 역겨운 남성 중심 포르노
한창 '몽정기'를 겪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의 잠재의식 속에 성에 관한 각종 편견과 선입견을 심어 놓는 포르노 영화. 많은 여성이 포르노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는 관심이 없다거나 내숭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보기 거북할 정도로 역겹기 때문이다. 준비도 안된 여성에게 삽입부터 하는 남성과 자지러지게 좋아하는 여성은 포르노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지만 대부분의 여성에게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설정이다.
포르노를 중심으로 한 성문화는 남성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그래서인지 여성이 이 문제를 논할 때는 학술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원론 위주의 딱딱한 성담론 외에는 정보를 나눌 곳도, 얻을 곳도 없던 여성들이 인터넷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여성 중심 성인 사이트'에 모여 남성 중심의 섹스 문화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여성중심 성인사이트 '팍시러브'
'오르가자미(오르가즘의 은어) 잡기 운동본부'를 표방하는 '팍시러브(www.foxylove.net)'는 그 중에서도 가장 솔직하고 즐거운 '성 이야기'가 오가는 곳이다. 이곳에는 '여성의 성을 여성에게 되돌리기 위한' 즐거운 이야기가 넘쳐 난다. 성인 사이트라고 야한 동영상을 기대하면 실망한다. 대신 '샤워 호스를 이용한 자위 방법', '오럴 섹스시 사후 처리법', '자위기구 사용기' 등 여성들이 궁금해도 물을 곳이 없던 정보가 가득하다. 유료회원만 3만명이 넘고, 게시판에는 100개가 넘는 글이 날마다 올라오며 웬만한 글은 수백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을 보면 섹스 이야기 하는 여성들은 '밝히는 극소수일 뿐'이라는 반박이 무력해진다.
사이트 '대장' 이연희(28)씨는 남성 중심의 포르노를 보면 '꼴리기는(흥분되기는)'커녕 화만 난다고 주장한다. "힘과 크기만 과시하는 섹스는 여성 입장에서는 고통일 뿐이죠. 그런 포르노를 보고 자란 중고등학생들이 커서 이를 '실전'에 적용하고, 당하는 여자친구나 부인은 '밝힌다'는 얘기 들을까봐 괴로움을 참고만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지만 여자가 좋아야 남자도 좋은 것 아닌가요?"
이씨는 작년 9월 홍대 앞에 '음란바' 지스팟(G-Spot)을 열었다. 온라인에서 나누던 성에 관한 이야기를 오프라인에서도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한 공간이다. 자신의 성경험을 자랑 삼아 떠벌리는 남자들과 달리 열린 공간에서 여성이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음을 느껴 이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이 곳에서는 지난달 브래지어를 착용한 남성만 입장할 수 있는 '브래지어 파티'를 열었고 앞으로는 젖은 생리대를 차보는 '남성 생리체험' 이벤트 등도 기획하고 있다.
문화평론가 곽동훈씨는 이에 대해 "여성의 몸, 여성의 성(性)의 주인은 당연히 여성임에도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그 사실을 깨닫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여성 중심 성인 사이트는 의미가 크다"고말했다.
마이클럽(www.miclub.com)의 '에로스존', 우먼플러스(www.womenplus.com)의 '레드우플'과 같이 여성 포털을 표방하는 각 사이트의 성인 전용존은 물론 '젝시인러브(www.xyinlove.com)'와 같은 여성 연애·섹스 사이트 역시 '음란한' 여성들의 즐거운 성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이다.
■남성들이여, 이제 사랑스러워져라
남성들은 울퉁불퉁한 역삼각형 근육질 몸매에 여자들이 반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근육질 남성에게 거부감을 느낀다. 가슴에 털 난 남성은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이 섹시하다고 자랑스러워할지 모르겠으나 얼마 전 '젝시인러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의하면 이에 대해 여성의 34%가 '짐승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성에 관한 의식도 남성들의 상상과는 완전 다르다. 다소곳하게 남편의 '신호'를 기다리는 것이 여성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명백한 착각이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남자가 가장 사랑스러울 때'에 대해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난 다음 날 아침'이라는 응답이 37%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여성도 남성만큼 '밝히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말이다.
그러나 '뜨거운 사랑'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섹스로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남성 역시 갈 길이 멀다. 이제 남성들은 포르노 영화를 잊고 '페니스는 이제 그만. 우린 당신의 혀를 원해요'(No more penis. We want your tongue)'라는 '팍시러브'의 모토가 무슨 뜻인지 새겨봐야할 것 같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 팍시러브 게시판의 말·말·말
▶ 내가 큰 남자를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사자의 자부심 때문이다. 내 경험상 자신이 꽤 크다고 생각하는 남자중 70%는 관계시 모든 것을 페니스 하나로 해결하려고 한다. 어마어마한 그 크기로 어디 죽어봐라! 하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다. 상대방은 아파서 소리를 질러도 그게 좋다는 건줄 알고 죽겠다고 하면 더 죽이려고 든다. 당연히 애무에 소홀하다. 특별히 와일드한 섹스를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몰라도 배려나 교감을 중요시하지 않는 섹스는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다.
▶ 황홀한 테크닉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솔직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다. 테크닉만을 내세우다가 자칫 격해지거나 변태적인 분위기로 변하기 쉽다. 실제로 남자들은 섹시한 것과 노골적인 것의 차이를 잘 모른다. 그래서 적극적인 여자를 좋아하면서도 천박한 여자들은 싫어한다. 또 남자 스스로도 해보고 싶은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 그와 관계를 갖고 난 후 연락도 안되고 메일을 보내도 읽지 않더군요. 왜 나와 끝내려는 건지 고민도 했어요. 걸리는 거라면 그와의 섹스뿐이더군요. 결국 내가 처음이 아니었다는 것, 게다가 경험이 적은 편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는 걸 깨달았어요. 솔직히 그때의 기분은 참 어이없었어요. 그와 나눈 이야기를 되새기며 내가 왜 그걸 눈치 못챘는지 후회했죠. 내가 그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다는 것이 충격이었고 나의 진심을 외면당한 것에 대한 배신감이 들긴 했지만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남자였으니 그냥 무시하기로 했죠. 그가 아직도 처녀를 바라는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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