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잘한 일도 있고 망친 일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의 치적에 대한 평가는 내가 아니라 대중과 정치인, 언론인, 정치학자, 역사가의 몫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유와 존엄을 위해 일해주십시오."바츨라프 하벨(66·사진) 체코 대통령이 15일 퇴임(2월 3일)을 앞두고 의회에서 상·하 양원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별연설을 했다. 그의 퇴장은 1989년 벨벳혁명(무혈 시민혁명) 이후 체코 정치를 특징지었던 민주화 영웅 지도자 시대가 막을 내렸음을 의미한다.
자연인 하벨은 평소 얘기하던 대로 앞으로 정치 때문에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극작가로서의 삶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하벨은 1960년대 초 '가든 파티' 등 희곡 2편을 발표해 유럽의 대표적인 신예 극작가로 떠올랐다. 하지만 공산체제는 그를 문인에서 반체제 인사로 바꿔 놓았다.
그는 68년 민주화 시위인 프라하의 봄이 탱크에 짓밟힌 뒤 정치활동에 본격 투신했다. 89년 벨벳혁명을 통해 41년간의 공산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그 해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93년에는 슬로바키아와 분리된 체코의 초대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98년 재선에 성공했다.
96년 폐암 수술에 이은 집권 2기에는 건강 문제로 입·퇴원을 거듭하고 총리 사임 문제 개입 등으로 인기를 많이 잃었다. 그러나 그의 대중적 인기는 차기 대통령 주자들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그의 고별연설에 이어 실시된 상·하 양원의 대통령 간접선거에서는 결선투표에 오른 여야 후보 2명이 모두 과반 득표에 실패해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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