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고 / 시민단체 외연 넓힐 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 시민단체 외연 넓힐 때

입력
2003.01.17 00:00
0 0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에 시민운동단체 출신 인사들이 참여한 것에 대해 시비가 일고 있다. 시민운동의 순수성이나 도덕성을 해친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지적은 특히 시민운동단체 내부에서 자기반성 형태로 많이 제기되는 듯하다.하지만 시민운동가가 사회개혁을 위해 고심 끝에 참여했다면 비난에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이들이 과연 어떤 결실을 이뤄내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시민운동단체들은 이제 그들의 목소리를 실천하기 위해 도덕성, 순수성만 고집할 게 아니라 활동무대를 좀 더 다양하게 넓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민운동가가 주도하는 소수만의 운동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모두 부담 없이 참여하는, 말 그대로 '다수의 운동'으로 바꾸는 것은 더 큰 과제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 응원 열기와,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두 여중생을 추모하고 항의하기 위해 평화적으로 진행된 촛불 시위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여름이었다. 당시 국내 대표적인 인권운동단체가 '붉은 악마를 부추기지 말라'는 논평을 통해 "나라가 온통 미쳐 돌아가고 있다"며 월드컵 열기를 신랄하게 비난한 적이 있다. 논평은 월드컵 열기를 빗대 "체제에 대한 순응과 정치적 무관심, 인간의 주체성을 죽이는 군중심리가 있을 뿐이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일부에서 '광기'로 매도한 그 열기는 반년 후 광화문 광장에 촛불시위로 되살아 났다. 불평등한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을 고치자는 주장이 과거 소수가 벌인 화염병 시위가 아니라 다수의 평화시위로 '발전'한 것이다. 또 다른 붉은 악마들은 지난 대선 사이버 공간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이른바 2030 바람을 일으켜 뜨거운 정치적 관심을 표출하였다. 모두가 참여하는 이런 게 바로 21세기에 요구되는 시민운동, 사회운동의 새 모습이 아닐까.

시민운동은 이제 이런 목소리들을 적극 껴안고 국민 곁에 다가가야 한다. 나 스스로 10년 넘게 시민운동에 참여했지만 지금까지의 시민운동은 도덕성만을 맹목적으로 강조, 국민 곁으로 다가가는데 소홀한 점이 적지 않았다. 그 결과 시민운동과 시민 운동가들의 권위 향상, 발언력 강화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나 시민과의 벽은 알게 모르게 높아져갔다. 시민이 주도하고 시민이 만드는 사회운동이 아니라 자기들만의 운동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물론 시민단체가 그간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민주화에 기여했고 환경보호, 장애인 등 약자와 노동자 등 소외계층의 권익보호에서 소비자의 평범한 권리를 찾는 일까지 입김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만큼 시민 운동가들도 바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시민단체와 운동가들이 노력한 결실이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해선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주저 없이 시민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확 낮춰야 한다. 평범한 사람들, 때로는 조그만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소시민들도 주저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 개방을 할 때다.

이 형 용 부패방지위원회 시민협력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