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바지가 유행할 때 어른들은 '젊은이들이 길바닥을 다 쓸고 다닌다'고 혀를 찼다. 2003년 거리에는 막 조깅하다 나온 것 같은 '운동복' 차림의 젊은이들이 넘쳐 난다. '또 추리닝 입고 나왔냐'고 오해를 살 만 하지만, 실은 운동복의 기능성에 세련된 색상과 디자인을 덧입힌 '스포티브룩'이다.주5일 근무제가 확대됨과 동시에 레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포츠웨어에 캐주얼을 결합한 '스포티브룩'이 올해의 패션 코드로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다. '캐주얼'과 '레포츠'를 결합했다는 의미에서 '캐포츠룩'이라고도 불린다.
'스포티브룩'의 중심에는 일상생활과 레포츠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즐기는 젊은 직장인들이 있다. 굳이 정장을 입을 필요가 없는 주5일 근무 전문직 종사자들은 금요일 퇴근 후 바로 놀러 갈 수 있는 가벼운 옷차림을 선호하게 됐으며 아예 이것이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잡게 된 것.
전형적인 캐포츠 스타일 바지는 바지 단에 띠를 두르거나 세로로 긴 줄이 가 있는 '드로 스트링' 바지다. 재킷은 아랫단, 소매, 옆선 등을 끈으로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게 한 '스트링 점퍼'가 대표적이다.
즐기는 레포츠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스포티브룩에도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한다. 이번 겨울에 유행하고 있는 것은 레이서를 연상케 하는 '라이더 재킷'이다. 경주용 자동차 대회 '포뮬러 경기'에 출전하는 레이서들이 입는 재킷을 본떠 남성적이고 활동적인 느낌을 준다. 지퍼가 달린 강렬한 색상의 짧은 재킷이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가죽 소재가 일반적이지만 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두꺼운 합성섬유 재질로 된 것도 많다.
라이더 재킷은 입는 사람이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코디가 가능해 더욱 인기다. 올해 트렌드는 라이더 재킷에 청바지를 매치하는 것. 최근 유행하는 복고 스타일의 청바지와 매치하면 무난하게 코디할 수 있다. 캐포츠룩을 브랜드컨셉으로 내세우는 BNX 홍보실 변남옥씨는 "낡은 듯한 빈티지 청바지와 운동화로 코디하면 캐주얼한 느낌이, 다리가 길어 보이는 나팔바지 스타일의 복고 청바지에 하이힐을 코디하면 섹시한 느낌이 나게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티브룩'의 강세에는 이를 브랜드 주제로 하는 전문 브랜드들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런칭한 EXR이 대표적인 경우. 허리부터 발끝까지 긴 세로줄이 간 '라이닝 트레이닝 바지'를 비롯 운동복 디자인에 면과 같은 대중적인 섬유를 사용한 '스트링 재킷' 등이 대표제품이다. 벙거지 모자나 운동화 등 '캐포츠' 소품을 통한 '토털 캐포츠 브랜드'를 표방하는 BNX나 A6도 인기 있는 브랜드다.
이에 더해 전통적인 스포츠 브랜드들도 평상시에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의 옷을 많이 내놓고 있다. 푸마코리아의 '휘트니스 라인'이나 아디다스의 '아디다스 컬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올해 출시된 스키복 중에서는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도록 무난한 디자인과 색상의 제품이 많아 스키복 스타일이 또 하나의 '캐포츠'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휠라에서는 2월 국제 레이싱팀 '페라리' 유니폼 스타일의 '휠라 페라리'를 선보인다. 라이더 재킷은 물론, 레이서들이 쓰는 모자, 신발, 가방 등 소품까지 구비해 진정한 '라이더룩'을 원하는 젊은이들의 욕구를 공략할 계획이다.
스포티브룩은 연출하기에 따라 활동적인 느낌에서 여성스러움을 살리는 등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캐포츠 스타일 점퍼에는 청바지가 가장 잘 어울린다. 재킷 속에 갈색 톤과 같이 부드러운 색상의 티셔츠를 바쳐 입으면 깔끔하면서도 활동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다. 운동화를 재킷과 같은 색상으로 맞춰주는 것도 중요하다. 회색 재킷은 너무 운동복 느낌이 나므로 피하고 소품으로 각이 지지 않은 커다란 배낭을 매면 힙합 스타일로 연출할 수도 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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