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좀처럼 대화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15일 미국의 대화용의 표명을 "여론 호도 목적의 기만극"이라고 일축, 당분간 대화의 자리로 나올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미 정부측도 북한의 반응에 대해 "유감스런 일"이라며 "초점은 미국이 북한의 국제조약 의무 준수 방법에 대해 대화하고자 한다는 것"이라고 밝혀 제한적 대화 방침을 흩뜨리지 않았다.
양측의 반응은 예견됐던 것이긴 하다. 대화의 전제조건과 기대치에 대한 입장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표명한 에너지와 식량 제공 의사가 북한의 무장해제를 끌어내기 위한 미끼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 중앙방송은 "미국이 던진 대화 용의의 본질을 따져보면 핵 포기, 후(後) 대화라는 조건부 입장에서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치받았다.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에 대한 보다 명확한 약속이 있기 전에는 북한이 미국의 선(先) 핵 포기 요구를 수용할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오히려 핵 동결해제 조치 등 위협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 포스트는 "북한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갈등을 증폭할 수단은 많다"며 핵 연료봉 재장전, 미사일 발사 위협, 생화학무기 비축 시사를 예로 꼽았다.
미국도 대화를 서두르는 기색이 아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이 '대화 용의 ''경제지원''체제 문서 보장'등 유화적 단어를 부쩍 많이 선택하고 있지만 선 핵 폐기 조건에서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양측간 대화 채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뉴욕의 북한 대표부와 워싱턴을 잇는 '뉴욕 채널'은 북한의 우라늄 핵 개발 계획 시인 이후 실무적 접촉 외에 실질적 대화 창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한성렬 차석대사가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통해 입장을 전달하는 우회로를 택한 것은 이런 사정을 잘 말해주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은 "양측이 직접적인 대화 통로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점에서 중재 외교의 중요성이 부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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