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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8월 도입 의미/금융시장 재편 "태풍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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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8월 도입 의미/금융시장 재편 "태풍속으로"

입력
2003.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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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보험의 칸막이를 없애는 '방카슈랑스(은행 및 보험 협업체제)'의 도입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지각변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은행권의 대형화·겸업화와 함께 보험의 '주도권'마저 은행이 거머쥐게 돼 금융산업의 재편은 물론 소비자의 금융 이용관행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또 초기 정착과정에서 은행의 불공정거래나 중소형 보험사의 부실화, 보험모집인의 대규모 실직사태 등 적지않은 부작용도 우려된다.■'한국형 방카슈랑스' 시행방안

정부 당국도 방카슈랑스의 도입이 몰고 올 파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충격의 최소화에 무엇보다 역점을 두었다. 16일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확정한 방카슈랑스 세부 시행지침에 따르면 8월부터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더라도 은행이 판매하는 보험상품의 종류는 당분간 저축성·가계성 보험에 국한된다.

생명보험의 경우 '저축성 개인보험(1단계)→보장성 개인보험(2단계)→단체보험(3단계)'의 순으로, 손해보험의 경우 '가계성 및 장기저축성(1단계)→개인 자동차 보험 및 장기보장성(2단계)→업무용 자동차 보험 및 기업성 보험(3단계)'의 순으로 판매 허용 상품이 확대된다. 1단계는 금년 8월부터, 2단계는 2005년 4월, 3단계는 2007년 4월부터다.

방카슈랑스가 허용되는 곳은 은행이나 증권, 상호저축은행 등 자체 판매망을 갖춘 모든 금융기관. 다만 일부 대형 보험사와 은행간의 제휴독점을 막기 위해 자산 2조원 이상의 대형금융기관에 대해서는 특정보험사의 상품판매 비중을 50% 미만으로 제한키로 했다. 이른바 '전속대리점'을 불허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50% 가이드라인을 지키려면 한 은행이 기본적으로 3곳 이상의 복수 보험사와 판매제휴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며 "일부 금융기관의 독점을 방지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방카슈랑스 금융기관은 당분간 창구에 찾아오는 고객들을 대상으로만 마케팅을 펼치는 '인바운드 영업'만 가능하다. 직접 고객을 찾아 다니거나 텔레마케팅, 이메일 마케팅 등 '아웃바운드 영업'은 전면 금지된다.

■방카슈랑스, 제도적 허점 노출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당국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졸속시행에 따른 불안감도 없지 않다.

우선 보험상품의 판매채널이 은행창구로 바뀌면서 기존 모집인의 실직사태가 우려된다. 지난해 3월 말 현재 국내 보험사의 모집인수는 생명보험 17만명, 손해보험 5만7,000명 등 23만여 명 선. 금감위는 보험모집인 수가 최근 감소하는 추세인데다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 은행 등에 기존 모집인의 재취업을 알선,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너무 안이한 상황인식이라는 비판이 많다. '전속 대리점'을 불허하겠다는 정책 역시 현재로선 위반시 제재수단이 따로 없어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당국은 다소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보험사에도 은행과의 판매 제휴기회를 주기 위해 특정상품에 대한 '50% 판매제한' 규정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판매권을 쥔 은행이 각종 편법을 동원할 경우 실효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컨대 금감위는 금융지주회사가 보험자회사의 상품을 다른 자회사를 통해 집중 판매할 경우 50% 제한규정을 위반하는 것인지에 대한 답변도 못 내놓는 상황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 방카슈랑스 업계 반응

16일 방카슈랑스의 세부 시행지침이 발표되자 은행과 보험업계는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했다. 일찌감치 다국적 보험사나 대형 보험사와의 짝짓기를 추진해 온 은행권은 방카슈량스 제휴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태세이지만 보험업계는 "보험의 주도권을 은행에 뺏기게 됐다"며 울상이다.

보험업계는 특히 방카슈랑스의 시행범위가 당초 예상보다 확대됐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우 8월부터 은행 판매가 허용되는 저축성 보험이 매출의 무려 60% 이상을 차지한다"며 "은행과 방카슈랑스 제휴를 맺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업체는 아예 판매기회조차 상실하며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볼멘 소리를 냈다. 대형 보험사 관계자도 "외국의 경우 방카슈랑스 도입 직후 보험업계가 시장의 30%를 은행에 빼앗겼다"며 "보험상품 끼워팔기 등 은행의 우월적 지위남용을 막기 위한 어떤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 도입이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권은 내심 '영토확장'의 꿈을 키우며 방카슈랑스 제휴선 확보에 나서는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미 보험사와 방카슈랑스를 대비한 합작회사를 설립했거나 업무 제휴를 할 예정. 우리금융지주는 삼성생명, AIG생명과 제휴를 추진 중이며 국민은행은 ING생명과 방카슈랑스 자회사 설립을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나은행 역시 대주주인 독일 알리안츠생명의 자회사인 프랑스생명을 방카슈랑스 회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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