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실망스럽지만 속내는 양호.'16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한 증시 평가는 '쇼크 후 안도'였다. 이날 증시 개장 후 9시45분께 삼성전자가 공시를 통해 4분기 순이익이 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하자 소폭 상승하던 주가는 순식간에 2%가까이 하락했고, 종합주가지수도 10포인트 넘게 빠졌다.
삼성전자의 4분기 경영성적표가 시장의 예상치인 순이익 1조8,000억∼1조9,000억원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이어 분기 순익 감소가 영업 악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직원 특별상여금 3,750억원과 마케팅비용을 포함한 판매관리비 5,000억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면서 시장은 안도했다. 판관비를 감안하면 4분기 순이익이 1조9,000억원으로 3분기 수치(1조7,000억원)를 능가한 것. 삼성전자 주가는 곧바로 낙폭을 회복하며 소폭 상승 반전했고, 종합주가지수도 보합권으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이 3분기보다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어느 정도 주가에 반영됐고, 오히려 실적공개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올 1분기와 올해 전체 경영계획 및 설비 투자전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증권 최석포 반도체팀장은 "1년동안 발생한 판관비를 지난해 4분기에 모두 반영한 만큼 올 1분기는 작년 4분기보다 실적이 좋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D램 부문과 디스플레이 부문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다소 부진하더라도 이동통신 단말기 부분은 4분기 판매 위축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전자도 이날 기업설명회(IR)에서 1분기 휴대폰 판매대수를 4분기(1,160만대)보다 크게 증가한 1,300만대로 늘려 잡았으며, 올해 전체 판매대수도 5,250만대로 세계 시장 점유율 12%(2위)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올해도 삼성전자에 휴대폰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난해 4조2,000억이었던 시설 투자를 올해 6조로 확대하는 부분도 투자자들이 눈여겨 봐야 한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나온 이 같은 투자확대는 국내는 물론 해외 경쟁사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하반기 정보기술(IT) 경기가 본격 회복됐을 때는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 확대해 수익증가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올해 투자계획은 반도체부문 5조원 등 지난해보다 20∼25% 정도 증가한 것으로 이와 같은 비율로 국내 장비업체들의 매출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전망했다.
특히 인텔이 최근 실적발표에서 이미 밝혔던 투자규모를 축소한 것과 대조적으로 삼성전자는 기존 계획 및 시장 예상치를 재확인해줬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증권 차동하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 25%정도 투자를 늘리면 이와 관련된 국내 장비업체들의 매출도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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