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물론 업종과 그룹안에서 오랫동안 소외돼온 기업들이 체질 개선과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양지(陽地)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정밀화학과 LG산전 SK로 그동안 주가 부진에 따라 투자자들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은 것은 물론 그룹 내에서조차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최근 구조조정 및 사업 재조정과 업황 호조에 따른 경영실적 회복으로 주가가 상승행진을 해 다시 '복덩이'로 환골탈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삼성그룹의 화학·생명공학 부문 상장사인 삼성정밀화학은 1994년부터 7년간 지속적인 기업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동부증권 차홍선 연구원은 "잘 난 것이 오히려 병"이라며 "경기 호황과 불황에 관계 없이 지속적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한다는 점이 아이러니컬하게도 경기가 전환될 때 이익 증가폭이 큰 다른 석유화학업체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해 수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LG화학 호남석유화학 등 다른 화학주의 상승 랠리에서도 철저히 소외됐다.
하지만 올들어 정밀화학 부문 주력 제품들이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안정적인 영업이익 추이가 시장의 적절한 평가를 받으면서 증시 침체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상승추세를 타고 있다.
외국인들은 올들어 하루도 빠지지 않고 11일째 순매수 하고 주가도 연말보다 10%가까이 상승했다.
공장 자동화 설비와 전력사업, 금속가공업을 하는 LG산전도 1999년 LG금속 합병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오랫동안 '미운오리' 취급을 받았지만 올들어 '백조'로 변신했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42억원)한데 이어 올해 순익도 18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16일 주가가 11.36% 급등하는 등 새해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LG금속 합병과정에서 발생한 자본잠식에 따른 투자자들의 신뢰 상실, 과도한 차입금으로 인한 재무 위험 등이 오랫동안 주가의 발목을 잡았지만 그동안 주력사업인 엘리베이터와 자판기 동제련 부문을 매각하는 등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영업개선, 차입금 축소를 통해 불안 요소를 하나하나 제거했다.
이에 따라 2001년부터는 수익성이 회복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자사주 15.1%를 소각하는 등 주주가치와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들도 내놓았다. 교보증권 이해창 연구원은 "기업 존폐 위기에서 강력한 수익창출력을 회복한 만큼 이제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주)도 명실상부한 SK그룹의 지주회사이면서도 그동안 시장에서 제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들어 국내외 증권사들의 긍정적 보고서가 나오며 주가가 10%가까이 오르는 등 재평가를 받고 있다.
메리츠증권 이성원 연구원은 "매출규모 대비 수익률과 매출성장율 등을 기준으로 SK를 판단할 경우 상대적 매력도가 떨어져 보일 수도 있지만 실질적 주식가치의 판단 기준인 수익성과 성장성 및 자산가치 등을 감안할 때 현주가는 크게 저평가됐다"며 '강력 매수'를 추천했다.
석유화학 경기가 회복될 경우 수익성이 크게 좋아지는데다 석유개발 및 윤활유 부문의 수익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UBS워버그도 " 중동 긴장 고조로 석유정제업 마진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지만 실제 계절적 수요의 영향으로 정제마진은 좋아지는 상황"이라며 SK에 대해 '매수' 추천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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