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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일기/ 비지스,내 젊은날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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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일기/ 비지스,내 젊은날의 거울

입력
2003.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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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둘째의 이메일 ID는 godyoungwoni다. 자기가 좋아하는 그룹 지오디가 영원하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옷을 고를 때는 지오디 색깔이라는 하늘색을 주저없이 선택한다.큰 애 ID는 kozlover. 미국의 색스폰 연주자 데이브 코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가 거주하는 LA 소식만 뉴스에 나와도 깜짝깜짝 놀랄정도로 죽고 못산다.

좋아하는 건 상관없지만 그렇게 ID에까지 티를 내야겠느냐니까 자기네 친구 중에는 희준부인(문희준 팬), 호영댁(손호영 팬) 같은 애들도 많다며별 소릴 다 듣겠다는 표정이다.

“엄마, 날 보고 코즈부인이라고 부르는 친구들도 있어”라고 묻지않은말까지 덧붙이면서….

예전엔 그저 연예인 사랑은 청소년기의 통과의례라고만 생각했었다. 누군가를 지독히 좋아해 보는 것도 성장의 한 과정이고, 그런 우리 아이들의모습은 몇 십년 전 바로 내 모습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나이를 먹었다는증거일까.

요즘엔 좋아했던 가수나 배우의 소식에서 그들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내젊은 날의 추억만 돌이키게 된다.

며칠전 비지스 삼 형제 중 둘째 모리스 깁이 쉰 셋의 나이로 수술 도중사망했다는 뉴스를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침 식탁에서 신문을 뒤적이다가 중절모를 쓴 낯익은 사진과 기사를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어머 어머, 어떡해….”

이제는 전설로 남은 비틀즈나 엘비스와는 달리 최근까지 삼형제가 왕성하게 활동중이었고, 그들이 언젠가 한국에 오면 입장료가 아무리 비싸도 꼭보러 가야지 내심 벼르던 터였다. 우선은 그 꿈이 깨진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내 젊은 날을 지배했던 그들의 주옥같은 노래가 갑자기 역사의 뒤안으로나앉는 느낌도 들었다. 쌍둥이 형과 동생의 그늘에 가린 듯 한켠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을 끌었었는데 하필이면 그렇게 간 사람이 그라는 것도 가슴이 아팠다.

“…내 방에는 당신의 사진이 걸려있어요. 잊으려 했지만 당신은 내 영혼의 거울. 날 잊지말고 기억해 주어요, 우리들의 그 사랑과 함께…”

‘잊다’와 ‘기억하다’라는 두 반대말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Don't forget to remember'라는 노래는 내가 영어를 좋아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달콤한 선율에 귀 기울이며 나도 언젠가 저런 사랑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겠지라고 꿈꾸었던 순간들. 영어라는 외국어가 비로소 낯설지 않게 다가오던신기한 느낌들….

부인의 유해를 안고 귀국하는 조용필씨 모습이 9시 뉴스에까지 나오는 걸보고, 우리모두 그와 함께 했던 젊은 날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이덕규ㆍ자유기고가 (boringmom@hanmail.net)

boring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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