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동안 영어의 바다에 푹 빠져라."서울시교육청 주최로 5일부터 '2002 중학생 영어체험캠프'가 열리고있는 충남 보령시 대천임해수련원. 서울지역 중학교 1, 2학년생 200명(남·녀 각 100명)을 대상으로 하루 350분씩 강도 높은 영어수업이 진행되고있다.이곳에서는 몇가지 엄격한 규칙이 적용된다. 수업시간은 물론이고 노는 시간에도 한국어 사용은 안된다. 한국말을 하다 3차례 적발되면 부모에게 통보되며, 이후 다시 적발되면 퇴출이다. 캠프장내 환경도 독특하다. 출입문 벽 등 눈길이 닿는 곳은 모두 영어로 도배되다시피 해 외국 학교 교실에 온 듯 하다.
■1년 수업량 맞먹는 영어캠프
캠프의 하루는 오전 6시40분 기상을 알리는 팝송과 함께 시작된다. 아침 체조도 원어민 교사의 영어구령으로 실시된다. 8시50분부터 당일 날씨, 식단, 주요 뉴스 등을 정리해 방송하는 '굿모닝 대천'이란 영어 음성방송은 학생들이 직접 만든다. 오전에는 학생 20명에 원어민 교사 1명과 현직 영어교사 4명이 참가하는 90분 강좌 2개가 기다리고 있다. 강좌는 매일 다른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방식이다. 오후에도 과학실습, 집단 카운셀링 등으로 진행되는 90분 그룹활동과 80분 특별활동 등이 열린다.
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박규영(朴奎怜·27·창동중) 교사는 "캠프 기간 정규 수업만 해도 총 8,400분으로, 1주에 45분 수업을 4교시 진행하는 일선 학교의 1년 영어 수업시간과 맞먹는다"며 "캠프에서의 집중교육 효과는 해외연수 6개월보다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저녁시간에도 영어공부는 이어진다. 식사 후 2시간동안의 자유시간에는 원어민 교사 지도로 1대 1 읽기 연습을 진행한다.
학생들이 원문을 읽으면 원어민 교사가 발음과 억양을 고쳐준다. 이 수업은 당초 계획에는 없었으나 "발음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원어민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캠프에 참여한 원어민 교사는 모두 20명으로 주로 뉴질랜드 출신. 교육청이 현지에서 일일이 인터뷰를 해 선발한 '정예요원'이다.
■1대1 대화가 가장 약해
캠프가 무르익으면서 장·단점도 속속 드러나고있다. 간단한 인사를 둘러싼 오해 등 크고 작은 문화충돌이 없진 않지만 한국 학생들에 대한 원어민 교사들의 평가는 일단 "대단히 적극적"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특히 듣기는 우수하다는 평. 말하기의 경우 발음이나 어순에 대한 혼동 등 취약점에도 불구, 외국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다'는 견해다.
원어민 교사들은 "학생들이 1대 1 강독시간이 되면 갑자기 의기소침해 지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말한다. 김모(15)군은 "영어교사와 1대 1로 만나면 갑자기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원어민 교사는 "언어는 자전거 타기와 마찬가지로 실수를 통해 실력이 느는 만큼 '엉터리 영어'라도 자꾸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이 2번째인 중학생 영어캠프의 1차 목표는 참가 학생들에게 외국어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것.
궁극적으로는 10년 공부해도 간단한 인사조차 못하는 현 영어교육의 비효율성을 개선, 공교육 신뢰 회복의 계기를 마련한다는데 모아진다. 40명의 국내 현직 영어교사들이 방학도 반납한 채 구슬땀을 흘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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