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가이' 정준호가 첫 사극에 도전한다. 2002년부터 정준호는 시나리오를 고를 수 있게 됐다. '두사부일체' 와 '가문의 영광'이 잇달아 흥행에 성공하면서 그를 겨냥한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다. 출연만 확답한다면 "모든 것을 배우의 입맛에 맞춰 주겠다"는 영화가 줄을 섰다. 그런데 그의 선택은 뜻밖에도 배우들이 꺼리는 사극. '닥터 봉' '패자부활전'을 연출한 이광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천년호(千年湖)'에서 그는 통일신라시대 장군 비하랑 역을 맡았다. 진성여왕(김혜리)의 질투에 사랑하는 여인 자운비(김효진)를 잃는 비운의 주인공이다. 중국 저장성(浙江省)의 물의 도시 항저우(抗州) 촬영장에서 그를 만났다.―어떤 영화인가
"무협액션, 팬터지, 멜로에 호러까지 가미된 영화다. 하지만 남녀사이의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액션과 팬터지는 드라마를 꾸며주는 도구일 뿐이다. 100% 중국 현지촬영으로 만든다."
―왜 '천년호'를 선택했나
"사랑하는 여인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는 비극적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코미디를 통해 스타가 됐다. 하지만 나도 적지 않은 나이(32)다. 연기 폭을 넓혀보고 싶었다. 내 얼굴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는지 스스로를 시험해보고 싶다. 시대물에 해외촬영, 왜 사서 고생하냐고 주위에서 많이 말렸다. 해외 로케이션하면 망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다."
―장군복장이 잘 어울린다.
"갑옷은 40㎏이나 된다. 15가지 옷을 한번에 겹쳐 입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액션스쿨서 3개월 정도 무술을 배웠다. 줄 달고 날아다니는 홍콩식 액션을 지양하고 몸 동작이 섬세하게 살아있는 한국적 액션을 보여주려 한다. 말타기는 경찰기마대 등에서 배웠다." (체력유지를 위해 그는 10년 넘게 피워온 담배도 끊었다).
―자운비와 진성여왕은 어떤 인물인가
"자운비는 신라의 최고 장군 비하랑을 사랑하는 평민 여성이다. 진성여왕의 부하들에 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호수에 투신해 자결, 악령으로 다시 살아난다. 와이어 액션이 많은데 김효진이 겁 없이 잘해내고 있다. '사랑' 연기도 호흡이 잘 맞는다. 진성여왕은 악역보다 질투에 초점을 맞췄다. 김혜리는 여왕 연기 전문가 아닌가. "
―중국에서 찍는 특별한 이유는.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강행군을 하고 있다. 돌발 상황이 많아 하루 걸릴 촬영이 일주일 걸리기도 한다. 황궁과 풍광이 좋아 중국에서 찍는다. 국내에서는 신라시대 건축 원형을 찾기 힘들다. 황궁은 진 나라의 것인데, 컴퓨터 작업을 통해 신라 양식으로 재탄생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은
"'초록물고기'의 막동이, '박하사탕'의 영호같은 역할이 탐난다. 이창동 감독처럼 '집요한' 감독과 일해보고 싶다. 배우로써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
/항저우=민병선기자 doongs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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