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은 다산성이다. 7년간 8편의 영화를 발표했으니 우리나라 감독 중에선 다작 감독으로 꼽힐 만하다. 지난해 장동건 주연의 '해안선'을 촬영하며 짬짬이 세트를 짓고 촬영을 해온 그가 13일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제작발표회를 마련했다. 형식을 굳이 찾지 않는 감독이지만 이번 행사는 공동투자사인 독일 판도라 필름의 손님을 위한 자리. 10억원의 제작비를 코리아픽쳐스가 투자하고 판도라 필름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이뤄지는 현상 믹싱 편집 등 후반 작업 일체에 필요한 5억원 가량의 물품을 지원키로 했다.'봄 여름…'은 산사에 기거하는 동자승이 노승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사계절에 비유, 인간적 고뇌를 거쳐 선(禪)에 이르는 길을 그린 작품으로 파괴적 이미지를 선보인 '섬' '나쁜 남자' 등 그의 전작과는 많이 다른 영화이다. 에밀 쿠스트리차의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레오 카락스의 '폴라 X', 미라 레어의 '몬순 웨딩' 등 다국적 영화 제작에 나서고 있는 판도라 필름의 칼 바움가르트너 대표는 "김기덕 감독의 '섬' '나쁜 남자'에 매료돼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며 "그의 영화는 유럽인도 공감할 보편적 정서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로 남자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은 기타노 다케시나 첸 카이거와 유사하지만 특별하게 빨리 찍는 특성이나 독특한 영상미는 그만의 개성"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경북 청송의 주산지에 세트를 지어 첫 촬영을 시작한 '봄 여름…'은 3월말까지 봄 분량 촬영을 마친 후 6월쯤 국내 개봉하며, 독일 바바리아 필름 인터내셔널이 배급을 맡아 유럽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김종호, 서재경, 김영민 등 신인배우가 성장해 가는 스님의 모습을 차례로 보여주며, 연극인 오영수가 노승으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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