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좋은 친구입니다(We are good friends)."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15일 서울 용산 한미연합군 사령부를 방문, 방명록에 한글과 영어로 이같이 썼다. 한때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해 대선 과정서 상대 후보 진영으로부터 공격 받았던 노 당선자로서는 주한 미군에 대해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우의'를 표시한 셈이다.
현직 대통령이 한미연합사를 방문한 전례는 있지만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찾기는 노 당선자가 처음이다. 그만큼 그의 이날 방문은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는 평가다.
노 당선자측으로선 북한 핵 문제가 심각해지고 촛불시위 등으로 국내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핵 문제로 긴밀한 한미관계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미국과 국내 일부에서 노 당선자의 '대미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부담이었다.
노 당선자는 이날 리언 J. 라포트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으로부터 부대 현황을 보고받은 뒤 "주한 미군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필요하며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당선자는 "주한 미군은 우리 군과 함께 한반도 전쟁을 막고 동북아를 안정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50주년을 맞는 한미 동맹 관계는 우리 안보에 중요하며 동맹 관계의 근간은 주한 미군"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합사측은 이날 국가원수와 똑같은 의전으로 융숭하게 노 당선자를 맞았다. 라포트 사령관과 남재준(南在俊) 부사령관은 건물 입구에 나와 노 당선자를 영접했다. 한국군과 미군이 섞인 군악대는 한·미 두 나라 국가를 차례로 연주했고 국가원수에 대한 관례대로 예포를 21차례 발사했다.
노 당선자와 라포트 사령관이 교환한 선물에도 나름대로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노 당선자는 미국에 대한 이해를 나타내려는 듯 자신이 링컨 전 미국 대통령 일생에 대해 쓴 '노무현이 만난 링컨' 책을 라포트 사령관에게 선물했다.
라포트 사령관은 답례로 한·미의 단단한 우호관계를 상징하는 '한미동맹상'을 노 당선자에게 건넸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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