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를 '미지의 지도자'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일본 정·관계와 언론은 우선 노 당선자가 해방 이후에 태어나 '반일 교육'을 받고 성장한 최초의 한글 세대 대통령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이 때문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식민지 시대 경험이 없는 만큼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이 적어 과거 문제에 집착하지 않고 경제협력 등 미래지향적 이익을 위해 새로운 대일 관계를 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기대론이다. 반대로 민족 주체성을 중요시하고 일본에 대해 도덕적 우월감과 자신감을 갖고 있는 한글세대의 특징을 감안할 때 오히려 역사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나올지도 모른다는 게 우려하는 쪽이다.
한·일 공동월드컵 때의 길거리 응원, 반미 운동 등 '새로운 내셔널리즘'의 분출 속에서 노 당선자의 대선 승리가 가능했기 때문에 반일 여론이 조성되면 이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노 당선자 자신이 일본을 모르고 일본에도 노 당선자와 민감한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노무현 통'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막후 절충과 물밑 교섭으로 움직이는 일본 정치와 외교 풍토를 고려할 때 노 당선자의 '육성'이 일본에 전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일본의 한국 연구자들은 노 당선자가 대북 정책에 있어서 한·미·일 연대 보다는 남·북한, 미·중의 4자 회담, 경제관계에서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보다는 중국과의 협력을 선호하는 등 중국을 중시하는 성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도쿄=신윤석특파원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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