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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출교수의 국제潮流]北核 시간과의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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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출교수의 국제潮流]北核 시간과의 줄다리기

입력
2003.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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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북한의 핵확산 금지조약 탈퇴 결정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추방 및 미사일개발 유예 번복 등으로 북한 핵 문제는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북한의 이런 일련의 조치에 대해 미국은 기본적으로 큰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지금까지 나타난 긍정적 변화로는 리처드슨 뉴멕시코 지사와 한석렬 유엔주재 북한 차석대사와의 만남, 선행조건 이행을 전제로 한 미국의 대화 의지 표명과 에너지 문제 해결 가능성 제시, IAEA 사찰조건에 변화가 있을 경우 대화가 가능하다는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의 언급 등이 있다. 이런 변화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1993년의 급박한 상황과 달리, 양측 모두 극한점까지 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양측이 쉽게 요구조건을 접고 협상에 나올 상황도 아니다.

부시 미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배제하면서도 쉽게 북한과의 협상에 응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이라크 문제가 걸려있다. 미국은 어느 경우에도 북한 문제가 이라크 사태 해결에 영향을 주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동맹국 및 자국 내 민주계의 압력으로 인해 엉거주춤한 유화정책를 펴는 가운데 국제적 압력을 통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 문제의 안보리 상정도 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될 경우 이라크 사태 해결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우 이라크 사태가 종결되기 전에 미국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으나, 미국의 상황적 한계로 더 이상 돌파구가 보이지 않자 중재자들의 협조를 공공연히 호소하고 있다. 북한은 이라크 사태가 끝나기 전에 어떤 해결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자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제시된 각종 방안들을 보면 크게 양자적 접근과 다자적 접근으로 나뉜다. 리처드슨 모델이 양자 모델이라면 키신저, 러시아, 일본, IAEA 등의 해법은 대체로 국제적, 다자적 해결방안에 속한다.

리처드슨 모델은 미국이 북한의 의도를 사적 채널을 통해 인정하고 하위급 협상과 대화를 주도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 모델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 앞으로 이라크 사태의 지연이나 실패로 부시 행정부의 입지가 좁아지거나 남북한 장관급 회담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공급되지 않는 한 미국 주도의 협상 시작은 어려워 보인다.

키신저 모델 등 국제 모델은 문제의 직접적 해결방식은 못되더라도 해결을 위한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 즉 4자회담이나 6자회담식의 협의 과정에서 북미가 상호 납득할 수 있는 합의 내용과 협상에 이르는 과정이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이 해법은 미국과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북한이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는 한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다만 미국은 이라크 사태를 해결하는 동안 국제사회가 북한을 매어 놓고 견제하기를 원하므로 이 방식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북한이 국제적 토론을 통해 양자의 체면을 유지하고 신뢰 분위기를 쌓아 가는 동시에, 러시아 중국 및 한국이 가지고 있는 창구를 최대한 활용하여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미국이 이라크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시간이 자기 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이라크 사태의 양상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양측의 합의 여부는 북한의 시간적 압박감 및 미국의 이라크 사태 해결이 어느 정도 쉽게 이루어 지느냐에 달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북미간 충실한 메신저 역할을 통해 리처드슨 모델의 현실화에 노력하면서, 주변 국가들이 북한을 설득하도록 총력외교를 펴는 것이다.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yong@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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