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의 간판이 될 차기 대표직을 놓고 한나라당 중진들의 물밑 세 확산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물론 당 개혁특위가 검토중인 지도체제 개편안에는 총무가 대부분의 당무를 관할하는 '원내 정당' 체제가 포함돼 있어 대표 경선이 아예 실시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당내 다수 의견은 권한을 일부 줄이더라도 당을 상징할 대표직은 존속시켜야 한다는 쪽이어서 각 중진과 계파의 한 차례 실력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전당대회 대의원 구조 변경과 전당대회 시기 문제가 경선의 파행을 부르는 변수가 될 소지는 있다. 개혁성향 소장파 의원들은 민정계와 장년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지금의 대의원 구조에서 경선을 치르면 승산이 전혀 없다는 판단 아래 이 틀을 바꾸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따라서 민정계 등 주류가 이를 그대로 둔 채 2월 중 조기 경선을 고집한다면 소장파는 경선 보이콧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유력 당권 주자군은 서청원(徐淸源) 대표 등 현 최고위원단의 집단 불출마 선언에 따라 최병렬(崔秉烈) 김덕룡(金德龍) 강재섭(姜在涉) 박근혜(朴槿惠) 의원 등 4명으로 좁혀진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경선 캠프를 차려놓고 의원 포섭 작업에 열을 올리거나, 다른 중진과의 연대 가능성을 은밀히 타진하고 있다. 이회창(李會昌) 전대통령 후보의 측근 인사가 한 중진을 찾아가 참모역을 자청했다는 소문도 있다.
김 의원은 같은 개혁성향 중진인 이부영(李富榮) 의원의 불출마 결정으로 사실상 당내 개혁세력의 단일 후보로 정해졌다. 이 의원이 이끄는 '국민 속으로'와 수도권출신 소장 원내·외 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 등이 그의 후원 그룹이다. 당 일각에선 호남 출신인 김 의원과 대구 출신 박근혜 의원간 이른바 '영호남 개혁연대'가 성사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같은 민정계인 최병렬, 강재섭 의원은 일단 각개약진하는 양상이다. 박희태(朴熺太) 김진재(金鎭載) 하순봉(河舜鳳) 이상득(李相得) 최고위원 등 민정계 중진들이 이들 중 한 명에 힘을 모아준다면 파괴력이 가장 클 것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최 의원은 "나는 대표로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 차기 대선주자를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는 '인큐베이터론'으로 연대의 문호를 열어놓고 있다. 그는 연대 파트너 1순위로 박근혜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후보 박근혜, 대표 최병렬' 구상인 셈이다.
강 의원은 1998년 전대 당시 이회창 전 후보의 벽에 막혀 중도 하차했던 강삼재(姜三載) 의원과의 '강―강 연대'를 다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당의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카드'라는 평가 속에 다른 중진들의 집중 구애를 받고 있으나, 후원자였던 이 전 후보의 정계은퇴 등으로 자생력은 상당히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박 의원이 상황에 따라 경선 출마를 포기하고 총선 이후를 기약할 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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