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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모나미 인생 송삼석 (45)해외로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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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모나미 인생 송삼석 (45)해외로 해외로…

입력
2003.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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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의 해외 거래선 가운데 '차이'라는 태국인이 있었다. 그는 모나미와 총판 대리점 계약을 맺고 태국에서 모나미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는 모나미 153 볼펜만 수입해 방콕에서만 연간 100만 달러 어치의 판매고를 올리는, 아주 유능한 세일즈맨이었다. 3, 4차례 방콕을 방문할 때마다 그는 탁월한 장사 수완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방콕 시내 유명 백화점은 물론 웬만한 쇼핑센터에는 반드시 모나미 153 볼펜이 진열돼 있었다. 그는 사무실도 따로 없었다. 집이 사무실이었고, 부인은 경리 업무를 돕고 있었으며,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딸은 외국업체와 주고받는 서신 번역 및 통신 업무 등을 맡고 있었다. 그야말로 온 가족이 매달려 차이씨의 사업을 돕고 있었는데, 연간 무역 규모가 수백만 달러어치에 달했다.어느 지역에 해외생산 거점을 둬야할 지 고민하던 나는 차이씨를 떠올렸다. 태국은 무엇보다 인건비가 쌌다. 1980년대말 당시 우리나라에서 근로자 1명을 고용할 수 있는 비용으로 태국인 근로자 10명을 쓸 수 있었다. 차이씨를 통해 태국내 공장 설립 절차를 알아보고 관련 법령집을 구해 탐독했다. 태국의 외자유치 관련법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돼 있었다. 다만 외국업체들이 태국 현지 공장을 설립할 경우 반드시 현지인과 합작을 해야 했다. 또 공장 설립후 5년 동안은 태국 이외 지역으로 수출만 하고 태국 시장에서는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돼 있었다. 애당초 차이씨가 수입하는 물량 이상으로 태국시장에 제품을 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조건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급한 것은 국내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확보였다. 문구류의 질적 수준이 점차 평준화하는 상황에서 경쟁 업체들보다 관리 비용이 10∼15% 이상 더 드는 모나미로서는 생산 비용 감축이 절실했다. 나는 태국을 최적지라고 판단하고 먼저 차이씨에게 방콕에 합작 공장을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명목상으로는 50대 50 동등 지분을 보유한 형태였지만 사실은 거의 전액이 모나미의 자금이었다.

나는 차이씨로부터 방콕 인근에 한 일본 기업이 수십만평의 공단 부지를 개발, 분양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88년말 태국으로 날아갔다. 나는 이 공단에 모나미 태국 공장을 세우면서 다시 한번 일본 기업의 세일즈 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 공단을 개발한 일본 기업 관계자들은 공단 전체 구조에 대해 상세히 브리핑을 한 뒤 언제든지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규모 만큼 공단 부지를 불하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공업 용수, 공업용 전기 등 기반 시설은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3,000평을 계약했다.

사실 모나미의 해외 진출 시도는 태국이 처음은 아니었다. 70년대초 나는 한 지인의 권유와 소개로 인도네시아 진출을 시도한 적이 있다. 당시 그 지인은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하면서 정부 인사들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었는데, 마침 한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정보부 고위 관리를 내게 소개해 줬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지인이 나를 "인도네시아에서크게 사업을 할 사람"이라고 소개하자 그 관리는 즉석에서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하게 되면 필요할 것"이라며 소개장을 써줬다. 한달 뒤 싱가포르를 거쳐 인도네시아에 입국, 정보부 고위 관리의 소개장을 들고 경공업부를 찾아 갔다. 그러나 나는 "프랑스의 빅(Bic) 볼펜이 공장을 설립키로 했다"고 자랑하듯 말하는 인도네시아 관리의 말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세계적인 업체인 빅 볼펜과 경쟁하기에 모나미는 아직 힘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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