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카 오사무, 린 타로, 오토모 카스히로. 재패니메이션 팬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름들이다. 데스카 오사무는 '철완 아톰'과 '밀림의 왕자 레오'를 만든 일본만화의 대부이며, 린 타로는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TV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감독. 오토모 카스히로 역시 '아키라'와 '메모리즈'라는 역작을 남긴 거장이다.17일 개봉하는 '메트로폴리스'는 세 사람의 공동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일단 기대를 모은다. 1989년 사망한 데스카 오사무의 49년도 작품을 오토모 가스히로가 각색했고, 린 타로가 감독했다.
지난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후 개봉하는 신작이라 국내 흥행결과도 주목된다.
문명이 극에 달한 미래 도시 메트로폴리스. 하지만 지하에는 어둠과 빈곤이 가득하다. 도시의 지배자 레드 공은 생체실험으로 국제 현상수배범이 된 로톤 박사에게 죽은 딸 티마를 그대로 닮은 인조인간을 만들게 한다.
레드 공의 양아들인 로크는 이에 반대해 로톤 박사의 실험실을 폭파시키지만, 티마는 마침 로톤 박사를 쫓던 사설탐정 반을 따라 나선 겐이치에 의해 구조된다. 자신이 로봇인 줄 모르는 티마는 켄이치를 무작정 따른다.
등장인물은 '아톰'을 연상시키는 단순한 선의 전형적인 셀 애니메이션. 하지만 5년 동안 10억원의 돈을 들여 3D로 제작한 배경은 미래 사회의 위용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통상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에 비해 훨씬 많은 1초당 24장의 프레임을 사용, 마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특히 마지막 대폭발 장면은 실사 영화처럼 긴박감을 더한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스토리가 너무 뻔하다. 평론가들은 데스카 오사무가 작품을 제작할 당시인 1949년 일본에 만연했던 군국주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와 로봇의 정체성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며 극찬했지만 암울한 미래와 독재자, 이에 맞서는 순수한 소년, 아름다운 여자로 만들어진 인조인간의 정체성 등은 '스타 워즈'를 비롯해 이미 너무나 많은 애니메이션과 SF 영화에서 써먹었다. 그림이 아무리 좋아도 얘기가 재미없으니 화면에 몰입할 수 없다. 그저 50여년 전 원작을 만들어 낸 데쓰카 오사무의 상상력만은 놀랍다고나 할까. 전체관람가.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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