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한 번 끝까지 해 보자."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대립이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두 기관은 건전한 정책 논쟁보다는 서로 상대 조직의 비위 정보를 캐내거나 조직의 존폐 문제까지 제기해 권위에 흠집을 내는 등 감정적인 대응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15일 청와대까지 나서 법무부와 행정자치부에 자제를 요청했고, 양 부처 장관은 이날 각각 장관 명의의 공문을 검찰과 경찰에 보내 "더 이상 수사권 문제에 대해 개인 의견을 밝히지 말라"며 화급히 진화에 나섰다.■계속되는 검찰의 공세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라 있던 '경찰대학 위헌 폐지론'이라는 제목의 글이 공개되자 수사권 독립을 적극 추진해 온 경찰대 출신 경찰 간부들은 격앙했다. 한 검사가 올린 이 글은 "매년 경위 승진자가 170∼180명인데 이중 120명은 경찰대 졸업생이 차지하고 나머지만 간부후보생과 순경에서 출발한 내부 승진자로 채워져 일선 경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내부 위화감'을 폐지론의 주된 이유로 들었다. 이 글은 "특정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간부로 자동 임용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론'까지 제기했다.
경찰은 또 이날 검찰이 일선 경찰서 과장급 이상 간부의 신상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확인되고 경찰 고위간부 비리 포착설마저 돌자 "올 것이 왔다"며 비장감마저 내비쳤다. 서울지검 서부지청은 이날 마포·서대문·서부·은평·용산경찰서 등 관할 5개경찰서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과장 이상 간부의 상세한 신상정보를 제출토록 요구했다. 검찰은 "경찰 인사철마다 해온 관행적인 일"이라고 해명했으나 경찰은 "검찰이 이미 경무관급과 총경급 경찰 간부 한 명씩의 수뢰 혐의를 포착했다"는 설과 연결시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의 결사항전 분위기
경찰청 홈페이지에는 '검찰과 결사항전 하자', '경찰 정보를 총동원해 검찰의 비리를 찾아내자'는 등 선동성 글들이 빗발치고 있다. 일선의 한 경찰관은 "검찰에 당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비리를 캐내 공개하고 끝까지 싸워 수사권을 가져오자"고 제안했다. 또 이날 처음 마련된 대검찰청 홈페이지내 공개 게시판도 경찰이 점령했다. 민원창구 성격의 게시판이지만 하루 동안 올라온 글 50여개 가운데 80% 가까이가 '경찰 수사권 독립 지지'를 주장하는 글이었다.
그러나 두 기관의 다툼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두 기관의 수사권 다툼이 국민 인권 보호라는 본질을 벗어난 '밥 그릇 싸움'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참여연대 이태호(李泰鎬) 정책실장은 "검·경의 이전투구가 마치 폭력배들의 관할 구역 다툼을 보는 듯 하다"며 "수사권 독립 논란에 앞서 국민 인권을 확실히 보장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박찬철(朴贊澈) 실장도 "이젠 누가 국민 인권을 더 보호하고 책임질 것인가라는 주제로 논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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