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1월16일 미국 헌법 수정(修正) 제18조가 비준되면서 미국 전역에 금주의 시대가 열렸다. 흔히 '금주법'이라고 불리는 이 수정헌법 18조는 "미합중국안에서 주류(酒類)를 제조하거나 판매하거나 운반하는 것, 미합중국으로 주류를 수입하는 것, 미합중국에서 주류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여성기독교금주연맹을 비롯한 금주 단체들은 승리감에 취해 환호작약했다.금주법은 얼마간 효과가 있는 듯이 보였다. 알코올 음료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커피, 홍차, 소다수 같은 유사 대체재의 소비가 늘어났고, 이들 품목과 관련된 업자들은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법이 인간의 자연적인 욕구를 억누를 수는 없다는 사실이 곧 판명되었다. 소다수나 커피가 술의 온전한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자 이내 주류의 밀조·밀송·밀수·밀매가 전국에 번졌고, 이들 행위가 불법이었던 만큼 자연스럽게 이와 관련된 조직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금주법을 비웃듯 대도시에는 무허가 술집들이 여기저기 들어섰고, 술의 제조와 판매를 둘러싸고 갱들 사이의 엽기적인 살인 사건들이 속출했다. 게다가 하딩 대통령 정부 아래서 부패 스캔들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금주법과 함께 시작된 미국의 1920년대는 그래서 '광란의 20년대', '무법의 10년'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금주법 시대는 1933년에 비준된 수정헌법 21조가 수정헌법 18조를 무효화하면서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보다 4년 전 뉴욕 월가(街)의 주가 폭락으로 대공황이 시작되면서 금주법은 실제로 유명무실해진 상태였다. 미국인들은 술을 마실 권리를 얻으며 1930년대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30년대는, 세계 대부분의 나라 사람들에게 그랬듯, 미국인들에게도 불황의 한 극점을 겪게 될 우울한 연대였다.
고 종 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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