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위기와 이라크전 등으로 대외여건이 불안한 가운데 유가가 급등하고 환율까지 급락해 기업 경영여건이 시계 제로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환율 하락은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유가 상승은 제조원가 상승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15일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작년 8월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인 1,170원대로 떨어지고 유가도 배럴당 30달러(두바이유 기준)에 육박할 조짐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1,220원대였던 점을 감안할 때 환율은 50원 가까이 떨어졌고, 유가는 지난해 11월 중순 22달러대에서 5달러 더 오른 셈이다.
수출 비중이 50%에 달하는 현대자동차 그룹은 연초 경영계획을 짤 때 기준 환율을 1,100원으로 설정, 경영계획을 수정할 필요는 없지만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또 유가 상승이 제조원가 상승은 물론 소비 위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일부 매출 부진도 걱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내부적으로는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을 배가하고,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 지역 수출을 늘린다는 복안이다.
원달러 기준환율을 1,100원대로 잡은 삼성전자는 최근 계속 떨어지고 있는 환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환율이 100원 하락할 경우, 매출이 1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달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인 유로화 결제 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이다.
LG전자도 환율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달러화 결제시기를 조정하고, 결제 통화를 유로화나 엔화로 바꾸는 등 환율 하락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올해 원달러 환율 1,190원, 평균 유가 배럴당 23.2달러를 기준으로 경영계획을 짠 SK 그룹은 이라크 전쟁으로 유가가 40달러를 넘어서고, 세계 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고 경영계획 재점검 등의 대책을 마련중이다.
상당수 대기업들은 유가 보다는 환율이 기업 활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무역수지가 7억5,000만달러 악화하는 등 피해가 적지 않기 때문에 유가 동향에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 이경상 팀장은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비(非)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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