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행위를 '문화 영역'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젊은 의료인들이 뭉쳤다.아주대 의대 이종찬(46)·을지의과대학 임종호(44) 교수 등 20여명의 의료인들은 최근 '의문화(醫文化)연구회'를 발족했다. 질병의 원인을 자연과학적 관점에서 뿐 아니라 철학과 심리학 등을 망라해 총체적으로 규명하려는 게 연구회의 목적.
30∼40대가 대부분인 이들은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환자가 겪어온 삶 등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을 파악하고, 질병의 심리적·정서적 요인을 찾아내는데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연구회에 참여하는 의료인들의 이력도 다채롭다. 문학을 하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독일에서 철학을 공부한 간호사도 있다. 또 질병 치료에 요가를 활용하는 의사도 있다. 연구회는 이 같은 각자의 특기를 활용,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질병의 원인을 밝혀 새로운 치료방식을 제안할 방침이다.
이 교수는 "의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1947∼1950년 의사학자(醫史學者) 김두종 선생이 발행한 '조선의보'에서 마지막으로 찾아볼 수 있다"며 "그동안 맥을 잇지 못하다가 50여년만에 부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진정한 의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적 질문을 해야 할 때"라며 "의문화연구회가 화석(化石)화하고 있는 국내 의료문화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문화연구회는 앞으로 잡지 '의문화'를 창간, 연간 두 차례씩 연구성과를 담아 발간할 예정이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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