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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색깔론과 인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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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색깔론과 인권 현실

입력
2003.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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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행정부 각료중에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워싱턴 정가에서 항상 화제를 몰고 다니는 특급 뉴스메이커중의 하나다.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국방장관으로 발탁되자 미 워싱턴 정가는 "외교· 안보의 문외한인 부시대통령을 적절히 보좌할 절묘한 인사"라는 호평과 "글로벌 시대에 걸맞지 않는 보수색채의 구세대 인물의 재등용"이라는 비난이 엇갈렸다. 그는 특히 9·11테러 이후 매파의 선봉장으로서 '테러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며 71세의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미 보수주의의 아성이라 할 시카고 출신인 럼스펠드 장관은 명문 프린스턴 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해군복무를 마친 뒤 1959년 데이브 데니슨 하원의원의 행정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60년부터 잠시 투자회사에서 비즈니스 경험을 쌓은 럼스펠드 장관은 62년 일리노이주 하원의원으로 선출된 뒤 4선에 성공했다. 포드 행정부 시절인 74년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후 베트남전 종전과 함께 미 역사상 최연소(43세) 국방장관으로 발탁돼 일약 장래가 촉망받는 거물로 성장했다. 24년만에 펜타곤의 수장으로 컴백한 럼스펠드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이른바 '럼스펠드 원칙'이라는 공직자 수칙을 천명하고 직원들 추스르기에 나서 주목을 끌었다.

40여년간 하원의원, 백악관 비서실장, 국방장관, 외교관(NATO대사), 민간기업 CEO 등을 역임한 행정과 경영의 달인인 그가 설파한 이 원칙은 언론에 보도된 후 즉각 각 행정부처와 기업 등의 최고의 화제거리로 등장했다.

그 중 몇가지를 들면 주변을 '그들'과 '우리'로 나누지 마라. 언론과 의회, 경쟁자, 정적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을 지켜라 전임자나 후임자에 대해 악담을 하지마라 의혹이 있다면 행동에 나서선 안된다 누군가를 만족시키려 시도해도 또 다른 누군가는 불만을 갖게 마련이다 목표만 제대로 설정해주면 보좌관들이 전략을 짤 수 있다 나폴레옹은 가장 위대한 장군을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승리자'라고 답했다 등등이다.

구구절절 무릎을 치게 만드는 혜안이 돋보이는 절구라 할 만하다. 그는 또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는 없다"는 언론관을 피력해 기자들로부터 한때 경원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테러 이후 거의 매일 일일 브리핑에 직접 나서 알고 있으므로 말하겠다 알지만 (정보사항이라) 말 못한다 모른다는 세가지 원칙을 고수해 "그가 모른다면 정말로 모르는 경우다"는 신뢰감을 확보함으로써 위기를 넘겼다.

한국에서는 대선이 끝나고 정권인수위가 발족해 활동이 한창이다. 머지 않아 청와대 참모를 비롯한 각료진용도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당선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에게 럼스펠드 장관의 원칙중 마지막 하나를 들려주고 싶다.

"대통령에게 욕을 퍼붓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유롭게 말할 수 없거나 그럴 용기가 없다면 자리를 수락하거나 그 자리에 남아있어선 안된다. 잘못이 있다면 즉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수정해야 한다. 이를 늦추는 것은 사태만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윤 승 용 사회1부장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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