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는 '매우 미천한 해도인(海島人)으로 반란을 꾀하자 용감한 장군 염장이 임금의 명을 받들어 장보고를 죽였다'고 썼다. 그러나 소설가 최인호(58·사진)씨에게 장보고는 역사 속의 패자(敗者)가 아니었다. 역사를 소설화해 현실을 반추하는 작업에 전력을 기울여온 그는 역사적 추적을 통해 장보고가 모반을 꿈꾸었던 비열한 반역자가 아니라 한·중·일 삼국의 바다를 국경 없이 다스렸던 위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최씨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곧 제국을 지배할 것"이라는 키케로의 말을 떠올렸다.역사 장편 '해신(海神)'(전3권·열림원 발행)은 그가 '바다의 신'으로 부른 장보고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다. 최씨가 그린 장보고는 멸망한 백제국 출신의 미천한 해도인으로 태어났으나 한 순간도 절망하지 않았고, 당나라로 건너가 공을 세워 출세했으며, 당나라와 일본과 신라를 연결하는 삼각무역을 통해 상업 제국을 연 해상왕이었다. 작가는 특히 장보고가 해적들에게 팔려가는 동족 신라인을 보고 분노한 휴머니스트이자 우리나라 불교 사상 처음으로 선종의 구산선문(九山禪門)이 들어올 때 강력하게 후원한 종교 개혁가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신문에 연재했을 당시 지면 사정 때문에 장보고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끝맺었던 것을 제3권에서 충실하게 보완했다. 장보고의 일생을 좇아 기행하던 화자가 신라시대 삼각무역의 요충지였던 전남 완도 청해진에 이른다. 장보고의 넋을 기려 완도에서 해마다 치르는 진혼굿 묘사와 장보고의 죽음이 겹쳐진다. 신분 상승을 위해 딸을 왕비로 삼으려던 의도가 아니라 어지러운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정쟁에 말려드는 것을 감수했던 사람. 미래 지향의 의지를 갖고 국경을 넘나들며 바다를 다스렸던 사람. 작가는 역사 속에서 찾아낸 '세계인' 장보고의 모습을 통해 역사에서 패자로만 기록됐던 그가 실은 오늘날 우리가 닮아야 할 얼굴임을 암시한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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