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조만간 국내외를 상대로 본격적인 '노무현 세일즈'에 나선다.이낙연(李洛淵) 당선자 대변인은 14일 "노 당선자가 국내 방송에 2회 정도 출연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국내 방송 출연을 전후로 미국 뉴욕타임스 및 CNN방송,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및 NHK방송과 각각 인터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국 언론과의 잇따른 회견은 미국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토종'인 노 당선자가 우리나라의 차기 국가원수로서 국제사회에 첫 선을 보이는 기회가 된다.
야당 총재 시절부터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널리 알려졌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달리 노 당선자는 국제사회에서 지명도가 매우 낮다. 이 때문에 대선 직후 외국 언론에서 '도대체 노무현이 누구냐'는 얘기가 쏟아져 나왔던 게 사실. 미국 유력지인 월 스트리트 저널은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의 캐리커처를 노 당선자라고 잘못 게재하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노 당선자가 "북한(DPRK) 대통령으로 선출됐다"고 쓴 기고문을 그대로 게재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미·일 유수 언론과의 인터뷰는 노 당선자에 대한 두 나라 정부의 걱정을 불식시키는데도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은 "국제사회가 북한 핵 문제와 우리의 촛불시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면서 "특히 북핵 문제에서 한·미·일의 공조가 긴요하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감안됐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기간 외국에 비쳐진 노 당선자의 '과격·진보'이미지를 씻기 위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또 국내 방송 출연을 통해서는 취임 후 펼칠 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당선 이후의 생활과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 국민에게 친근한 대통령으로 다가간다는 구상이다. 외국에는 얼굴 알리기가, 국내에는 정책 홍보가 주목적이라는 얘기다.
노 당선자는 국내 방송 인터뷰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여론 수렴용 정책 토론이 되도록 하기 위해 방송사측과 형식 등을 조율중이다. 노 당선자측은 DJ가 당선자 시절 문답 형식으로 진행했던 '국민과의 대화'보다 더 진지한 토론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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