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간 합병을 통한 대형화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전면 재고해야 한다." "금융 개방시대에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대형화는 필수다." 14일 민주당이 주최한 '은행산업의 경쟁력 제고방안 심포지엄'은 표면적으론 국내은행의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정책 세미나였지만 사실상 조흥은행 매각의 찬반여부를 묻는 '공청회장'을 방불케 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와 조흥은행 관계자, 신한지주 관계자들이 방청석을 메운 가운데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들은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매각방식과 은행산업 대형화의 타당성을 둘러싸고 열띤 격론을 벌였다.첫 토론자로 나선 한양대 김대식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합병에 따른 은행의 대형화는 30% 정도만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며 "은행의 덩치가 커지면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시장에서 퇴출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사고와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로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라고 말해 대형화 논리를 앞세워 조흥은행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참여연대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조흥은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신한지주를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자금 여력이 없는 신한지주가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으로 조흥은행을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한다면 자회사 출자한도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한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을 어기게 되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 "지난 2000년 노사정위 전문위원으로 참여했는데 당시 정부는 조흥은행에 대해 'BIS비율 8% 이상을 달성하면 독자생존을 보장한다'는 이면합의를 했다"며 "조흥은행을 신한에 넘기는 것은 노사정위의 신뢰를 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원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도 "국민, 우리, 하나 등 3개 대형은행이 이미 수신율 60%를 넘고 있다"며 "여기에 다시 시장점유율 15%인 합병은행 하나가 더 추가된다면 독과점폐해 등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매각 반대논리를 폈다.
반면 은행 대형화는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에 시장의 자율적 흐름에 맡겨야 한다는 반론도 쏟아졌다. 고려대 박경서 교수는 "정보기술(IT) 혁명으로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화를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며 "효율성과 경쟁력의 측면에서 정부는 은행의 좋은 주주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은행 민영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대표 토론자로 나온 최범수 국민은행 부행장도 "은행합병은 절반의 성공이라 하더라도 금융시장 변화에 살아 남기 위해서는 가장 확률이 높은 선택"이라며 "조흥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은 정부의 고육지책이었으며 정부는 은행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조기매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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