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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여행 두배 즐기기/서천 신성리 갈 대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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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여행 두배 즐기기/서천 신성리 갈 대 밭

입력
2003.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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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면 차가 막히지 않을 경우 서천 IC까지 2시간30분 남짓이면 닿는다. 세 시간 이상 걸리던 이전에 비하면 훨씬 편해졌다.눈내리는 날, 혹은 눈이 온 후 갈 때는 승용차보다 열차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서해안고속도로는 궂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열차는 서울역 기준으로 새벽 5시20분부터 총 16편이 다닌다. 고속버스는 양재동 남부버스터미널에서 서천행을 타면되며 4시간 가량 걸린다. 신성리갈대밭은 금강 하구둑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부여 방면으로 14㎞ 정도 달리다 보면 'JSA 촬영지 서천 갈대밭'이라는 표지판으로 찾아갈 수 있다.

금강하구둑 주변에 근사한 모양새의 횟집이 많이 생겼다. 상당수가 통기타 라이브연주에 카페까지 겸하고 있어 미사리를 연상케 한다. 이색적인 먹거리를 찾는다면 종천집(041-953-3016)의 홍어회무침이 괜찮다. 삭히지 않은 홍어를 무쳐 들깨를 잔뜩 뿌렸다.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에 착착 붙어 한두 점 먹다 보면 어느새 입안이 얼얼하다.

이 지방 명물인 '소곡주'도 빼놓을 수 없다. 찹쌀로 빚어 100일동안 익힌 소곡주 역시 달착지근하면서 오묘한 맛에 끌려 한두 잔 마시다 보면 어느새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일명 '앉은뱅이술'이라고도 한다.

10월말의 전어축제, 연초의 마량포 해돋이축제 등으로 최근 관광객 발길이 잦아 숙박시설 사정도 좋다. 서면 쪽의 비취모텔(952-0077), 아드리아모텔(951-6699)등의 시설이 비교적 깨끗하다. 서천군청 문화공보실 950-2466.

충남 서천 신성리 갈대밭. 눈내릴 때 이곳에 오면 겨울 갈대의 색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서천은 서해안에 인접해 충남 지역에서는 유독 눈이 많다.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장으로 유명해진 전국 최대 규모의 갈대밭 중 하나. 키가 2∼3m로 훤칠하고 빽빽하게 자라나 주민들조차 한번 들어가면 길을 찾지 못할 정도다.

'갈대 공원'의 사연

굳이 눈꽃이 아니라도 꼭 이곳에 가볼 만한 이유가 생겼다. 그저 무성한 갈대 숲에서, 아기자기하고 자연친화적인 '갈대 공원'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양 옆으로 갈대가 가지런히 정돈돼 있고, 목책으로 울타리가 쳐진 총연장 1.5㎞의 예쁜 산책로가 세 개나 만들어졌다. '재미있는 길' '시와 함께 하는 길' 등 이름도 정겹다.

'재미있는 길'에는 이솝우화나 콩트를 써놓은 나무판이 곳곳에 걸려 있다. '시와 함께 하는 길'에는 신경림 시인의 '갈대'를 비롯, 교과서에서 봤음직한 명시가 줄줄이 새겨진 나무판들을 볼 수 있다. '술래잡기 산책로'는 말 그대로 한 번 숨어들면 쉽게 찾기 힘든 오밀조밀한 길이다.

'흔들다리'를 건너본다. 폭 1∼2m의 조그만 개울에 통나무 두세 개를 엮어 놓은 다리다. 움찔움찔, 초입에서부터 겁이 난다. 아이들은 그 위에서 용케도 팔짝팔짝 뛰며 재미있어 한다. 널찍한 평상에 올라가 갈대밭을 바라본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 그 너머 흰 눈으로 곱게 단장한 야트막한 산이 보인다.

이 공원은 한산면사무소 직원 14명이 3개월간 직접 망치와 연장을 들고 만든 노작(勞作). 근래 서울 근교 공원들서 많이 설치하는 유럽식 데크나 조명 등 세련된 맛은 없지만 아기자기하고 정겹다. 투박한 시설과 조형물에 따뜻한 기운이 물씬하다. 예산이 충분치 못해 직접 목재소에서 나무를 구해 사포로 문지르고, 니스칠을 하고 나무판에 시를 써서 공원을 만든 것이다. 당초 의도는 더 이상의 자연훼손을 막자는 것이었다. 관광객들이 갈대밭을 마구 헤집지 않도록 전체 갈대밭 면적의 2∼3% 정도를 산책로로 만들어 개방하고 나머지는 울창한 갈대숲으로 보존토록 한 것이다.

갈대의 천적을 막아라

고생한 보람이 있다. 그간 입소문으로 띄엄띄엄 오던 관광객이 주말이면 차량 500여대가 몰려들 정도로 인기가 좋다. 지난해 10월에는 면사무소 직원들이 직접 '갈대밭 음악회'도 열어 1,000여명을 유치했다. 홍성언 면장이 직접 플룻을 불고 다른 직원들도 통기타 등 다룰 줄 아는 악기를 하나씩 들고 나와 소박한 놀이마당을 펼쳤다.

지금은 갈대꽃에 수술이 빠져 전성기처럼 탐스럽지는 않지만, 한풀 꺾인 갈대의 고적함도 운치가 있다.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갈대밭에 불을 놓아 또한번 기름진 갈대 터전을 만든다.

최근 걱정거리가 생겼다. 갈대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곳에서 가장 잘 자라는데, 1991년 금강하구언둑이 생기면서 바닷물의 흐름이 막혀 갈대밭이 점차 육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시덤불이나 엉겅퀴 등 육상식물이 전체 갈대밭의 20%를 차지하는 실정. 갈대를 휘감아 자라지 못하게 하는 가시덤불을 없애는 일이 면사무소 직원들의 일정표에 덧붙여졌다.

/서천=글·사진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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