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은 너구리를 영물(靈物)로 믿는다. 우리네 전설 속의 구미호(九尾弧)처럼 둔갑술이나 요술을 부려 사람들을 골탕먹이는 존재다. 이 때문에 일본 전래 민담에는 너구리를 소재로 한 것들이 많다. 이야기 속의 너구리는 우둔해 보이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민첩하고 약삭빠른 동물. 옛이야기를 통해 친숙해진 이미지 때문에 만화영화의 소재로 활용되고, 게임으로도 여러 번 만들어졌다. 그 시조가 되는 게임이 1982년 일본 시그마 엔터테인먼트사가 내놓은 '너구리'(원제 '뽕뽀꼬')다.이 게임은 80년대를 풍미했던 퍼즐 액션게임의 전형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먼저 화면의 스크롤이 없다. 당시 게임기에 사용되던 하드웨어의 그래픽 성능으로는 화면 전체를 자연스럽게 움직여 주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한 스테이지를 깰 때 마다 화면이 바뀐다. 또 아래에서 위로, 혹은 오른쪽 왼쪽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적 캐릭터를 피해가며 아이템을 모두 먹는 것을 게임의 목표로 삼는다. 제한된 시간이 있는 것도 전형적이다. '로드런너', '팩맨', '동킹콩', '삐에로', '뽀빠이' 등이 이 장르의 대표적인 게임들이다.
오락실보다는 문방구 앞 20원짜리 미니 오락기로 더 큰 인기를 끈 이 게임은 두 번째 스테이지가 가장 어렵다는 분석이다. 첫판은 트레이닝 정도에 불과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판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하게 되기 때문. 사다리 사이에 어정쩡하게 걸치는 기술도 단번에 터득하기 힘든 꼼수에 해당된다.
최근에는 휴대폰용 게임으로 다시 제작되어 인기를 얻고 있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휴대폰 '게임'메뉴의 '다운로드'를 이용하면 내려받을 수 있다. 가격은 이동전화 종류 및 컬러 옵션등에 따라 1,000∼2,500원. 지하철 방송국 MTUBE의 홈페이지(www.mtube.com)에서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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