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취재 도중 강원 태백산에 잠깐 들렀습니다. 태백산의 입구를 당골광장이라고 하죠. 우리 민족의 시조인 단군할아버지의 성전이 있고, 태백시 옛 주요 산업의 자취를 보여주는 석탄박물관이 있습니다.단군성전에 참배하고 광장 찻집에서 따끈한 차 한잔을 마실 생각이었습니다. 평일인데다 눈길이어서 적막강산을 예상했습니다. 웬걸요. 광장은 인산인해였습니다. 차를 마시기는커녕 자동차가 진입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하얀 눈의 벌판이 아니라 오색의 물결이었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산꾼들입니다.
태백산은 사시사철 아릅답습니다. 봄의 철쭉, 여름의 녹음, 가을 단풍, 겨울 눈꽃…. 그 중 으뜸은 바로 지금, 겨울입니다. 오르는 길이 어렵지 않고, 산 위에서 볼 것이 많습니다. 특히 살아 1,000년, 죽어 1,000년을 간다는 주목 군락이 있습니다. 주목에 하얀 눈꽃이 피면 신선의 세계가 따로 없습니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든 것입니다.
이번 주말부터 이러한 행렬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태백산을 포함해 대관령, 설악산 등 눈으로 유명한 곳에서 차례로 눈과 관련된 축제가 열립니다. 국내 여행상품의 대부분은 이 축제와 관련해 기획됐습니다.
사실 제대로 된 눈세상을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이상고온 현상으로 대관령 눈꽃축제는 아예 진흙탕축제가 되어버렸습니다. 1년에 딱 한번 구경할 수 있지만 그것도 하늘이 도와야 합니다. 다행히 올해는 백두대간 줄기에 꾸준히 눈이 내렸고 기온도 적당해 제대로 된 눈세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염화칼슘에 시커멓게 녹아버리는 눈을 보아온 사람들은 제대로 된 눈세상이 얼마나 환상적인지 잘 모릅니다. 이곳에 와서야 비로서 ‘우리나라의 겨울은 정말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아이들에게는 더욱 강렬하겠죠. 백두대간 높은 곳의 눈밭에서 구르다 슬쩍 바다쪽으로 내려가 겨울 파도를 보는 맛도 좋을 것입니다. 수재의 아픔을 아직 떨치지 못하고 있는 동해안 주민들에게도 위안이 되겠죠.
설 대이동을 앞두고 여행의 테마를 잡기가 애매한 요즘, 추천합니다. 눈꽃 속으로 들어가시죠.
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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