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대 재벌 회장들이 이구동성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6일로 예정된 전경련 차기 회장 선출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고위 관계자는 14일 "정몽구(鄭夢九·사진) 회장은 최근 기업 외적인 일과는 상관없이 당분간 현대차 일만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전경련 회장직에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다른 관계자도 "정 회장은 현대차를 '글로벌 톱 5'(세계 5위 자동차 기업)으로 키우는데 전력하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이건희(李健熙) 삼성회장도 1월 하순이나 2월초 경영 구상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차기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하기 위해 외유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매년 1월말∼2월초 미국을 방문, 미국 재계 인사들을 만나고 삼성 현지 법인장들을 격려해 왔으며 올해도 같은 목적"이라고 밝혔다.
98년 반도체 빅딜 이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불참해오다 최근 한차례 얼굴을 내비친 구본무(具本茂) LG 회장도 회사 경영을 이유로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하고 있다. LG 고위 관계자는 "구 회장이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이어서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SK 그룹을 이끌고 있는 손길승(孫吉丞) 회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손 회장은 이미 93∼98년까지 고 최종현(崔鍾賢) SK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역임했기 때문에 SK가 이 시점에서 전경련 회장직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재벌 회장들의 고사로 전경련 회장직은 또 다시 약체 오너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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