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14일 인수위의 토론 문화 활성화를 당부하면서 '토론 문화 정착'을 새 정부의 중점과제로 채택토록 주문했다. 또 일부 정부 부처가 예산이나 입법 절차를 이유로 자신의 공약에 불만을 표시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강하게 질타했다.노 당선자는 이날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남을 비판하고 상대이론을 극복하기 위한 토론도 있지만 더 좋은 결론을 수렴하기 위해 모든 결정을 토론으로 검증해야 한다"며 "토론을 국정운영 방법으로 정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모든 문제점에 대해 활발하게 질문하고 이를 모두 적출, 검증하는 실질적 토론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목표를 놓고 토론하기 보다는 토론 문화 자체를 성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당선자는 "사람들이 냉소적으로 서울공화국, 공해공화국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토론공화국이라 말할 정도로 토론이 일상화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더 나아가 "다음 정부에서 토론을 하나의 원칙으로 일관되게 적용, 관철하고 싶고 인수위 때부터 이를 적용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각 부처 정책결정 및 회의·보고 과정에선 상호토론을 통한 검증이 일반화할 전망이다.
노 당선자는 이어 "일부 부처에서 '인수위가 지나치게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 '입법절차나 예산, 가시적 성과가 없어 고충이 많다'는 뒷말이 나오는데 잘못된 불평"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예산 구조도 재편성될 수 있는 것이므로 일반 공무원이 '관련 예산이 없다'고 불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점을 참석하지 않은 정부 파견 행정관들에게 전해달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노 당선자는 인수위 활동을 중간평가하면서 위원들에 대한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공무원은 인수위를 이상론자로, 인수위는 공무원을 개혁저항자로 평가한다는 보고서가 있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며 "선입견을 갖지 말고 존중하면서 일해 달라"고 주문했다.
노 당선자는 "각 부처에 의견 제시가 아닌 공약 적용시 문제점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라"며 한나라당 및 정부와 합의 가능한 정책부터 시행해 나갈 것을 지시했다. 노 당선자는 "인수위원이나 공무원 각자 소신이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새 정부의 지향 방향"이라며 '공약 우선주의'를 당부했다.
지난 해 12월30일 발족한 인수위는 12개 국정 과제 선정, 일반 국민의 장관 후보 추천, 국정과제별 부처 합동보고 등 신선한 시도로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인수위원의 설익은 사견 표출과 정책혼선, 현 정부와의 마찰, 인수위 직원 인선을 둘러싼 특혜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다. 특히 재벌·노동정책과 검찰개혁 등을 둘러싸고 관계부처와 마찰이 빚어지자 노 당선자가 직접 "부처가 찬반 결론을 내리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각 부처들이 인수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대선공약을 베껴 자체 추진안으로 제출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노동부가 설화(舌禍) 방지를 위해 국·실장들의 외부토론회 참석을 금지시킨 것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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