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위기가 고조되자 다자 협의체를 구성, 위기를 해소하자는 방안이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일본이 추진중인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한국 일본이 참여하는 '5+2'협의체 구상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다자협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이 구도가 우리의 외교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저울질하면서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일본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이후 자신들의 구상에 관한 국제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다. 9일 러·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 구상을 설명, 공감을 얻어냈다. 외무장관을 한국과 중국으로 보내 다자협의 구상을 개진했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13일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5+2 구상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일본의 5+2 구상은 두 가지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먼저 북한 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되면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일본이 안보리 논의에 제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틀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다음으로 남북한 미국 중국 등만이 참여하는 기존의 4자회담을 이 협의체로 대체,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상설 다자기구로 격상시키려는 포석이다. 그간 한반도 문제에 그다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던 일본 러시아 프랑스가 이 구상에 가장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북미간 줄다리기가 지속되는 현 상황에서 다자협의가 유용할 수 있다는 점에 수긍하고 있다. 특히 북한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되면 다자구도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 미 행정부 내에서도 북한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국을 끌어들이고, 일본과 부담을 나누기 위해서는 다자구도가 이로울 수 있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해결 원칙을 견지해온 정부는 다자구도가 장기적으로 이롭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성한(金聖翰)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논의 주체가 많아지는 것은 우리가 설득해야 할 대상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다자구상이 자칫 미국의 영향력 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다자구상이 힘을 얻으면 미국이 이 구상의 빌미가 되는 북미대화 부재 상황을 타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다자협의체 구상의 실현여부는 20일 뉴욕에서 이뤄질 안보리 상임이사국 외무장관회담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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