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임성준(任晟準) 외교안보수석은 13일 대통령 특사로 미국(7∼9일) 일본(10∼11일)을 방문한 결과를 '평화적 해법의 공감대 확인'으로 요약해 설명했다. 임 수석은 특히 "미국이 북한을 불신함에도 불구하고 강경책을 일단 접고 어떤 식으로든 대화로 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완강한 자세에서 변화의 조짐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그러나 임 수석은 방미에 앞서 청와대 주변에서 거론됐던 '시차적 일괄타결론', 즉 먼저 북한이 핵포기 선언을 하면 체제보장을 해 준다는 식의 구체적 해법에 대해서는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측과의 논의를 통해 '선(先)핵포기 없이 대화는 없다'는 강경한 자세가 '대화는 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으로 전환됐음을 알 수 있었다는 게 임 수석의 설명이다.
미 대통령 특사로 방한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13일 '핵포기시 에너지 지원용의'를 밝힌 것으로 미루어보면, 시차적 일괄타결론도 거론됐을 가능성은 있다. 아울러 대북 특사 파견 등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남은 임기중 취할 수 있는 후속조치도 직간접적으로 논의됐을 개연성은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을 직접 설득하기 위해 대북 특사가 파견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임 수석을 환대한 미국의 분위기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 수석은 "면담 일정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국에 갔는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제외한 미국의 외교정책결정자를 모두 만났다"고 말했다.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과의 면담에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왔고, 국방부에서도 폴 월포위츠 부장관과 만나기로 돼있었는데 도널드 럼스펠드 장관이 합석했다는 것이다.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만날 때는 보좌진들이 방을 가득 메웠다. 이 같은 미 정부 고위인사들의 경청은 자세 전환을 예고하는 시그널이라 할 수 있다.
가장 강경한 쪽은 역시 미 국방부였다고 한다. 그러나 럼스펠드 국방장관도 북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대화 해법에 수긍했다고 임 수석은 전했다. 임 수석은 또 일본 정부도 대화 해법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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