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이 2003년에는 신성장 엔진의 면모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일부 선두 바이오 벤처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바이오 벤처기업들에게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욱 혹독한 시련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바이오 벤처업계에 닥쳤던 투자 감소, 연구·개발(R&D) 위축, 연구인력 이탈 등의 악순환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바이오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벤처캐피털들이 보수적인 투자 패턴을 보이기 시작했고, 코스닥시장에서도 등록 실패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올해 R&D 보다는 '꿩 잡는 매'인 매출 확대에 주력, '몸 만들기'에 나설 태세다.
위축된 투자, 불 붙는 M&A
대부분 벤처캐피털들은 이미 투자했던 바이오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회수와 관리에 초점을 맞춤에 따라 올해 신규투자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보기술(IT)업체에 비해 매출액과 경상이익이 상대적으로 낮고,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바이오벤처기업들의 주가도 낮기 때문에 특별한 투자 유인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벤처캐피털들의 입장이다.
게다가 한스바이오메드와 바이오니아, 서린바이오사이언스 등 선발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지난해 2∼3차례씩 코스닥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이들 기업의 실패는 올해 등록을 준비중인 크리스탈지노믹스, 쎌론텍, 씨트리, 바이로메드 등 유망 바이오벤처기업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지난해 파이크와 드림바이오젠 등의 대표이사 교체를 필두로 올해에도 R&D나 수익 창출, 마케팅, 조직지배 능력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탈락할 전망이며, CEO 교체와 맞물려 시너지 창출을 위한 M&A가 본격화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
지난해 매출부진으로 고전하던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올해에는 R&D 투자보다 매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바이오링크, 디지탈바이오테크놀러지, 네오팜 등 바이오벤처기업은 지난해 100% 이상의 매출신장을 기대했으나 자금난과 시장침체 등으로 매출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올해는 시장성 있는 제품 개발과 유통망 확충 등을 통해 매출확대에 주력하기로 했다.
지난해 매출 22억원을 기록한 네오팜은 올해 100% 신장한 4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아토피 전용화장품 아토팜 외에도 전기·전자산업체에서 세정제로 사용되던 프레온을 대체할 수 있는 '네오졸'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이 회사는 내년에 네오졸의 전국 유통망을 확보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전자회사 납품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마이너스성장에 그친 대한바이오링크는 올해 실험동물사업 외에 알레르기 질환 예방에 효과를 보이는 기능성 식품 '알러지나' 판매에 집중, 매출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내년 초 미국 할란사와 합작으로 할란 아시아를 설립해 실험동물 가격을 국제 수준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디지털바이오테크놀러지는 지난해 매출이 수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에는 20억∼3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암진단과 혈액형 판단 랩온어칩 등 다양한 종류의 칩과 주문서비스에 주력한 디지탈바이오테크놀러지는 품목허가가 예상되는 스캐너와 단일품목으로 판매가 가능한 제품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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