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침체의 늪에 빠진 세계 증시에서 유독 상승랠리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좌파 대통령 등장으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브라질이다.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룰라 다 실바 대통령 취임 이후 30%나 올랐다.브라질 주식시장의 상승랠리는 편견과 예단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새삼 깨닫게 한다. 지난해 10월 그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세계 언론은 그의 급진 좌파적 성향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브라질 경제의 앞날을 걱정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 취임 이후 브라질 금융시장은 급속히 안정을 찾았고 외국인들은 앞다퉈 브라질 주식을 사고 있다. 치솟던 금리와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년 내내 브라질 주식을 내다팔던 외국인들은 12월 이후 매수로 돌아서 1억5,000만달러 이상을 순매수하고 새해 들어 투자를 더 늘리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그가 브라질 경제현실과 잘 조율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차관을 따오고 긴축재정과 은행 민영화 등 중도 성향의 개혁을 시행하면서 외국인의 편견을 불식했다"며 "지난해 10월 '룰라 쇼크'는 올들어 '룰라 효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재벌개혁을 둘러싼 노무현 당선자측과 재계와의 갈등, 인수위원회의 일부 정책 혼선에 대한 잡음 등이 브라질의 상황과 유사하게 보이는 것은 왜일까. 외채에 시달리는 브라질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당선자측의 정책이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시장에서 실현되기도 전에 특정집단의 편견과 예단에 의해 '급진 개혁'으로 재단되는 것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 외국인들은 별다른 동요를 하지 않는데도, 촛불시위에 대한 확대해석과 외국인 투자 이탈 우려를 과장하는 것도 개혁에 대한 과민 반응은 아닌지…. 취임 전에 불거지는 논란과 잡음을 딛고 새 정부가 시장 친화적이고 투명한 경제 개혁을 통해 우리 증시에서 '노무현 효과'를 만들어 내기를 기대해 본다.
김호섭 경제부 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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