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 초부터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가 본격화한다. 뉴라운드는 21세기의 새로운 무역·투자 질서와 규칙을 만들기 위한 다자간 통상교섭으로 우선 2월15∼1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비공식 각료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는 9월 각 분야별 교섭 상황 점검 및 확인을 앞두고 열리는 것이어서 각국의 첨예한 의견충돌이 예상된다. 도쿄 회의의 최대 쟁점은 농업 분야 관세율 인하와 중국 시장 추가 개방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농산물 관세 인하
농업 분야는 뉴라운드 일정상 3월말까지 관세 인하의 큰 틀과 교섭방식을 정하고 그 후 개별 품목의 구체적 수치에 관한 교섭을 시작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도쿄 비공식 각료회의가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과 호주 등 농산품 수출국들은 모든 품목의 관세율을 25% 이하로 대폭 삭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과 일본은 관세율의 점진적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 때의 관세율에서 일정한 관세 추가 인하폭을 각국에 의무화하되 품목별 인하폭은 각국에 일임하자는 방향이다.
일본은 특히 쌀처럼 각국에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전통 농산물의 경우는 예외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9일 워싱턴을 방문한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일본 농수산성 장관은 로버트 죌릭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미국의 제안을 적용한다면 일본과 아시아 각국의 농업은 괴멸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호소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바 있다.
■중국 시장 추가 개방
2001년 11월 WTO에 가입한 이후 최대 무역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 대한 추가 시장 개방 요구에는 미국, 일본, EU의 이해가 일치하고 있다. 대 중국 무역적자가 늘고 경기후퇴에 처해 있는 이들 '무역 3강'은 뉴라운드를 통해 공동으로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고위 실무자급 협의에서는 "중국의 시장 개방을 위해 양국이 공동 보조를 맞춘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들이 특히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은 중국의 자동차 수입 규제이다. 중국이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나라별로 수입량을 할당하는 수입할당제를 철폐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중국산 해적판 제품 규제 등 지적재산권 분야에 대한 압력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중국측은 WTO 가입 때 부과된 시장 개방이나 국내법 정비 의무 수준을 넘는 추가 개방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치열한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