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바람이 세고 건물에 가려 햇볕 한 번 들지 않는 응달. 칼 바람과 잦은 도로 결빙 때문에 '폭풍의 언덕'으로 불리던 고려대 정경대 뒷길이 '뜨거운 언덕'으로 다시 태어났다.고려대는 지난 해 12월 길이 75m, 폭 4.8m, 경사 약 15도의 폭풍의 언덕 땅밑 5㎝에 공사비 약 2,500만원을 들여 열선(스노우 매트 히팅 코일)을 깔았다.
이 언덕은 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으로 유명하지만 겨울철에는 악명이 높았다. 눈이 오면 도로가 빙판으로 변해 거북이 걸음을 해야하고 엉덩방아를 찧기가 일쑤였다. 공항 활주로 등에서나 이용되는 열선 장치가 캠퍼스 땅 속에 들어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열선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은 이 달 초 폭설을 동반한 강추위가 몰아쳤을 때. 언덕 바깥 쪽에는 쌓인 눈이 그대로 얼어붙었지만 열선이 통과하는 도로 가운데의 눈은 녹아내렸다.
온도와 습도에 따라 조절되는 장치가 갖춰져 있어 폭풍의 언덕은 외부 환경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열을 받는다.
고려대 시설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눈이 오면 염화칼슘과 흙 뿌리기에 바빴다"며 "열선 공사가 장기적으로 훨씬 경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훈(24·경영학과 2년)씨는 "예전에는 빙판 길을 피하기 위해 우회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야 보행권을 찾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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