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와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와의 13일 면담은 노 당선자와 미국 정부와의 첫 공식 접촉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반적인 한미관계 및 북핵 문제에 대한 노 당선자의 의중을 탐색했고 노 당선자는 켈리 차관보를 통해 미국의 입장을 경청했다. 비로소 노 당선자와 조지 W 부시 대통령 간의 '간접대화'가 이뤄진 셈이다.배석자들에 따르면 양측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도 서로 '할 말'을 주고 받았다. 노 당선자는 자신에 대한 미국측의 우려를 불식하고 부시 대통령에 대해 친근감을 표시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켈리 차관보는 북 핵 문제 등에서 한국 입장을 충분히 존중하고 있음을 전달하는데 치중했다.
켈리 차관보는 "미국을 대표해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며 운을 뗀 뒤 "워싱턴 방문 요청을 수락한 만큼 취임 후 조속히 방문해 주실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재임기간에 독일과 러시아에서 좋은 변화를 이끌어냈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아버지처럼 재임기간에 좋은 업적을 남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노 당선자는 이어 "부시 대통령과 (내가) 나이가 같아 만나면 얘기가 잘 통할 것 같다"며 향후 있게 될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우호 분위기를 조성했다.
노 당선자는 또 "북한의 핵개발은 절대 용납되서는 안된다"는 점을 전제한 뒤 "맞춤형 봉쇄 등 미국내에서 확정되지 않은 정책이 흘러 나와 한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할 말'을 했다. 그는 특히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하고 미국이 북한을 공격해서는 안된다"면서 "대화가 안돼 한국민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켈리 차관보는 이에 대해 "북핵 문제의 대화해결 방침에는 변함이 없고 미국은 늘 한국정부와 협의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당선자를 안심시키려 했다.
노 당선자는 또 "한미동맹은 중요하며 주한미군은 지금도 필요하고 앞으로도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주한미군 철수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노 당선자는 "촛불시위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이 주된 요구이고, SOFA 개정은 미군 주둔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반미는 극히 적은 사람들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는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 등 당선자 특사단과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대사, 제임스 모리아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주담당 선임보좌관, 잭 프리처드 국무부 대북교섭담당대사,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 등이 참석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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