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현 정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각종 재벌 규제를 완화한 조치에 대해 경위를 조사하고 나선 것은 규제의 범위를 다시 넓힐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현 정부의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만약 조사결과 규제 완화 조치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날 경우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재벌 금융사의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당초대로 완전 차단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인수위 관계자는 "외국기업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하는 경우를 방어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의결권을 허용했지만 얼마든지 악용할 소지가 높다"며 "실제 재벌들이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악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에 속한 금융기관은 계열사 의결권 행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나 2001년 정·재계 합의 이후 규제 완화 차원에서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한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해줬다.
출자총액제한제 대상을 다시 확대하거나 예외 조항을 축소하는 것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30대 기업집단지정제가 폐지되고 예외 조항이 대폭 늘어나면서 재벌 상당수가 정부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인수위 내부의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현행 제도의 장·단점을 충분히 분석한 뒤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출자총액제한제의 예외 조항을 축소하거나 상호출자와 지급보증 금지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적자금 부문은 경위 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데 일차적인 목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공적자금 소요 내역 등에 대한 소명 자료를 함께 요구함으로써 공적자금 상환액 재산정, 분담 방식 및 기간 변경 등의 정책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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