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13일 내각제 논의 필요성을 언급, 개헌 문제가 조기에 공론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민련이 이미 내각제 당론을 채택하고 있고, 대선 이후 한나라당에서 내각제 주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여당 내 구주류의 리더인 한 대표까지 가세해 일단 분위기는 잡힌 셈이다.한 대표가 이날 평화방송에 출연, 언급한 내용은 내각책임제를 거론할 때가 됐다는 것, 내각제와 중대선거구제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함께 다루자는 것 등 크게 두 가지다. 한 대표는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을 통해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하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얘기한 것이지 내각제를 먼저 추진한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지난 3일 내각제 개헌을 거론했던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이날 "한 대표의 발언을 환영한다"며 "국회가 열리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 개헌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군불을 지폈다. 자민련도 즉각 환영 논평을 발표하고 개헌 공론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한 대표의 이날 발언은 다목적 포석으로 비쳐진다. 우선 여당 대표의 역할에 충실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추진중인 중대선거구제를 관철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협상테이블로 유도하는 카드로 내각제를 활용했을 수 있다. 역으로 여권 안에서 내각제 개헌 세력의 리더를 자임함으로써 이에 부정적인 신주류와 각을 세우고 비주류의 세 확산을 시도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길게는 한나라당 자민련 등 여권 외부 내각제 세력과의 연대까지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헌 공론화가 쉽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새 정부 초기부터 개헌론으로 정치권이 시끄러우면 노무현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는 큰 제약을 받게 된다. 따라서 노 당선자측은 개헌 공론화에 제동을 걸 수 밖에 없다.
당장 신주류 핵심인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총장은 이날 "개인적으로 내각제를 지지하지만 내년 총선 이후 거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못을 박고 나왔다. 노 당선자가 지난 연말 "2006년 개헌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한 것도 조기 개헌론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비쳐졌었다. 게다가 새 정부 출범 초기에는 대통령제의 폐해가 상대적으로 덜 부각돼 대체로 개헌 반대 여론이 힘을 얻어 왔다.
따라서 올 상반기에 개헌론이 주요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에는 선거구제 개편 협상 및 정계개편론과 맞물려 개헌론이 증폭되면서 내년 4월 총선에서는 공약으로 본격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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