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재평가 작업에 착수한 것은 과거의 잘잘못을 가려내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새 정부의 정책노선을 대내외에 천명하겠다는 다각적인 의도로 해석된다.특히 인수위가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재벌규제 완화와 2차 공적자금 투입정책은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임기후반 적잖은 특혜논란을 빚었던 조치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인수위가 전 정권에 대한 책임규명작업에 나선 것은 재벌기업의 로비와 정부의 판단착오로 정책왜곡과 낭비가 초래됐을 것이라는 상황인식 때문이다.
인수위는 내부문건에서 "2000년 초 추가 공적자금은 필요없다던 재경부가 몇 달뒤 방침을 번복한 것은 충분한 내부검토가 없다는 반증 아니냐"며 정책선회에 대한 배경을 추궁했다.
또 출자총액제한 대상을 자산 5조원 이상 재벌로 완화하고 적대적 M& A 방지를 위해 재벌금융사의 의결권 제한을 완화해 준 조치에 대해서도 "재벌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나 근거가 무엇이냐"며 의구심을 표시했다. 당시 항간에 나돌던 특정재벌의 로비와 정부의 특혜제공 의혹에 대해 진상을 파헤치 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수위의 조치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평소 경제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는 대선 공약으로 공적자금 재조사와 출자총액제한, 재벌계열 금융기관에 대한 계열분리청구제 등을 강하게 주창해 왔다. 노 당선자는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도 참석, 개혁정책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1분과 이동걸(李東傑) 위원과 정태인(鄭泰仁) 위원, 경제2분과 김대환(金大煥) 간사 등 인수위원 상당수가 분배와 재벌개혁을 중시하는 소장학자들로 구성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노 당선자측 성향에 비춰볼 때 DJ정부의 집권 후반기 경제정책은 개혁의 후퇴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인수위는 진상은 철저히 가리되 법적책임 추궁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동걸 위원은 "현 정권 정책의 잘못을 따지고 점수를 매기기 보다는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공직자의 과실이나 특정기업의 비리가 드러날 경우 후속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인수위의 조치는 재계에 대해 경고의 의미도 크다. 인수위의 문건작성 시점은 전경련과의 갈등양상이 표출된 지난 주 중반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인수위의 '현 정부 때리기'는 새 정부의 경제개혁 기조를 부처는 물론이고 재계에도 명확히 전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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