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엔 사람도 많고 차도 많다. 서울에서 자동차를 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매번 차를 가지고 나가기가 겁이 날 정도다. 특히 여성 운전자들에게 서울에서의 운전은 두 배의 어려움을 가져다 준다.꼭 한국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든 여성 운전사를 조금 낮추어 보는 경향은 있다. 차가 천천히 가거나 신호등 앞에서 뒤늦게 출발할 때, 또 주차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때 사람들은 "여자가 차를 모나 보다"하고 중얼거린다. 뭐 거기까지는 폴란드에서나 유럽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한국에서 이런 남자들을 만나도 별로 놀라울 것은 없었다.
그런데 한국 남자들은 좀 달랐다. 한국 남자들은 운전 면허가 없거나 운전을 할 줄 몰라도 여성 운전자에게 충고를 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 차선을 바꿔라" "지금 출발해"등등. 알고 보았더니 자신은 운전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 어떤 경우 이들의 말을 듣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가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지만 오히려 여성 운전자에게 충고하지 않는 남자가 매우 드물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남자라는 이유로 자동차, 그리고 운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일종의 '오만'과 '착각'이 자연스레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주차장에서는 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진다. 주차장에 차가 들어서면 아저씨가 주차장소를 가르쳐 주는데 처음 가는 곳일 경우에는 아저씨가 나 대신 주차를 해주었다. 일종의 '서비스'이자 친절한 행동이라 여겼다.
그런데 잠시 후 남자운전사가 차를 몰고 왔는데 혼자 알아서 주차를 하는 것이 아닌가. 나에게 주차 서비스를 해 주었던 것이 아니라 아저씨가 여성운전자의 주차능력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특별히 한국의 여성운전자에게 결함이 있는가? 아니다. 한국 여자 중 운전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남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편견을 가진 남성들의 태도가 여성운전자를 더 위축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운전자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안나 파라돕스카 폴란드인 서울대 국어교육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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