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에 이어 11일 미사일 시험발사 재개를 시사하고 미국이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응 가능성을 밝히면서 '2003 한반도 핵 위기'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 추세라면 북한과 미국·유엔의 신경전 끝에 군사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던 1993∼4년 한반도 위기가 재연될 공산이 커 보인다.앞으로 흐름을 좌우할 최대 변수는 임박한 이라크 전쟁이다. 북한은 이라크 전쟁 전에 어떻게든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을 협상 테이블에 세우기 위해선 핵 재처리 시설 가동 등 금지선(Red Line)을 넘나들 기세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 전념하기 위해 외교적 압박 기조를 유지하되, 당분간 유엔에 이 문제를 맡겨두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 핵 문제는 일단 미국을 대리한 유엔과 이 같은 형세를 깨뜨리고 미국과의 직접담판구도로 들어서려는 북한의 대응으로 복잡한 전선을 구축할 전망이다. 당장 내주 중에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NPT 탈퇴 문제가 논의된다. 이에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특별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안보리에 정식 보고키로 결의할 전망이다.
하지만 긴장수위가 높아진 만큼 위기국면의 끝도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93∼4년의 핵위기에서 본격적인 대북제재가 단행되기 직전 극적인 타협으로 반전했듯, 북미가 직접 담판에 들어설 기운도 무르익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평화적으로 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21일 서울서 열리는 9차 남북 장관급회담 등을 통해 대북 직접 설득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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